이 생각 저 생각 (94) 내가 넘은 38선 (5)

 

    누구나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은 교육에 대하여 생각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비단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만이 아니다. 자식의 교육에 제일 관심이 큰 사람은 어머니이다. 우리는 맹자의 어머니와 한석봉 어머니의 일화를 안다. 또 언젠가 태평양전쟁 말기에 필리핀 주재 일본군 총사령관인 야마시다 도모유키(山下奉文)의 이야기도 한 기억이 있다. 다시 소개한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전범으로 마닐라에서 교수형을 받았다. 형장으로 가면서 그는 차속에서 동반하던 효오고 현(兵庫縣) 세이까꾸 사(正覺寺)의 주지인 모리다(森田) 중위가,

남기신 말씀은?”하고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인간의 성품의 밑뿌리는 학교에 다니기 전에 자기 집 어머니의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나의 유언은 부인들의 교육을 좀 더 높여서 좋은 어머니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야. 이것을 조국에 바랄 뿐이라고 전해주기 바라네.”

    그렇게 조용히 말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교수대에 올랐다고 한다. 글은 쓴 소설가 야마오까 소하찌(山岡莊八)는 아래와 같이 덧붙였다.

이미 생사를 초탈(超脫)한 그의 가슴 속에는 일본의 재흥(再興)은 어머니의 어깨에 결려 있다는 신념뿐.......그렇다! 조국의 재흥, 그것밖에 염두에 없었던 것이 틀림없다.” [山岡莊八/朴在姬 譯, 太平洋戰爭 6(東西出版社, 1973, 104.]

    도모유키의 유언의 사실여부는 알 수 없다. 모리다 중위가 그런 유언이 있었다고 말이나 글을 남겼을 수도 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작가는 도모유키의 죽음을 미화했을 수도 있다. 그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다만 어머니 교육의 중요성에 관한 한 일화를 적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넘은 三八線은 오래 된 책이니 그렇다고 하고, 흐르는 별은 살아있다를 읽으면 후지와라 마사히코의 어머니인 데이가 얼마나 훌륭한지 안다. 그런 어머니의 교육을 받았기에 세 아이가 다 잘 자랐다. 특히 내가 이야기 하고자는 마사히코는 유명한 수학자가 되었고 대학교수가 되었다. 교수이니 교육에 대한 관심이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보다는 많을 수 있겠으나, 그는 유별나게 교육에 관한 글과 책을 썼다. 지난 회에 언급한 그의 글과 책을 차례로 살핀다. 먼저 數學者國語교육 絶對論이다. 2003년에 발표된 글이다. 20년 전이다. 그러나 그가 국어(일본어)교육의 중요성을 말해 온 것은 그보다 또 20년 전부터다. 국어가 바로 일본인의 주축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말의 쇠퇴는 국가의 쇠퇴를 필연적으로 가져온다. 전후의 일본에서는 평등주의, ‘여유(유토리)교육, 어린이에게 영합하는 교육방침으로, 초등학교 국어시간이 2차대전 전의 3분의 1로 줄고, 국어에서 아주 필요한 한자교육도 대폭 줄었다.......국어교육의 쇠퇴는, 곧 사고(思考), 체계적인 지식, 정서의 쇠퇴, 인간의 스케일의 쇠퇴, 한 국가의 쇠퇴로 귀착되고 만다.”고 주장하는 국어교육의 절대론은 아래와 같다.

    후지와라 마사히코가 본 당시의 일본은 위기에 처해있었다. 국제관계와 경제가 모두 어렵다. 북한의 핵개발과 일본인 납치 등의 문제가 있다. 경제개혁은 효과가 없다.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실업률이 계속 오른다. 재계인(財界人)의 판단력도 떨어졌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말만 개혁이다. 특히 유토리(여유)교육방침이 10년 전부터 시작되면서 학생들의 학력은 점점 저하되었다. 일본이 당면한 위기증상은 국소적인 것이 아니라 전신증상(全身症狀)인 것이다. 한 사람이 아프면 의사에게 간다. 국가적인 위기는 어떻게 치료하나? 위기의 원인을 찾아 고치는 방법밖에 없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잘못된 교육이다. 그렇다면 교육을 재건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어떻게 재건하느냐?

    교육은 말할 것도 없이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와 얽혀 있고, 교육계는 어느 때보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유토리 교육, 인권교육, 개성을 키우는 교육, 국제인을 만드는 교육, 자주성과 창조성을 키우는 교육, 사는 힘을 육성하는 교육 등의 처방이 나왔으나, 모두 미사여구(美辭麗句)에 그치고 성과가 없었다. 후지와라의 교육 걱정은 계속된다.

    “부모가 나쁘다. 선생이 나쁘다. 어른이 나쁘다. 문부성(文部省)이 나쁘다. 사회가 나쁘다 등의 범인 찾기는 계속되어왔으나, 플러스가 되는 일은 아무 것도 해내지 못했다. 모두가 다 나쁘다는 당연한 사실이 확인될 뿐이었다문제는 일본의 한껏 열악화한 체질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교육을 근간으로부터 개선하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 손을 대면 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여기에 대한 후지와라의 대답은 초등학교에서의 국어가 바로 본질 중의 본질이라면서, 국가의 부침(浮沈)은 초등학교의 국어 교육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최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추기: 유토리 교육은 낙후학생, 교내폭력, 학교 안 가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고안된 일종의 전인교육정책이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과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사고력, 표현력, 남에 대한 배려를 배양하기 위하여 일본정부는 1976년부터 종합학습시간을 제정했다. ‘종합학습시간은 초𐄁중학교 교과내용 30% 감소, 전체수업시간 10% 감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그러나 유토리 교육은 학생들의 학력저하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그리하여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1년부터 유토리 교육을 포기하고, 학력강화교육으로 선회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유토리 교육은 유토리 세대를 낳았다. 그 세대는 그 윗세대와 그 아랫세대로부터 교육을 못 받아 사회적응 능력이 없는 세대라는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IT와 공업기업들도 유토리 교육을 받은 세대를 기피하는 경향이 현저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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