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뮤직 : 백남준 & 오르골

 

장난감 정도로만 알고 있던 오르골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호랑이는 살아있다’(1999) 백남준 설치작품을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에 다가간다. 이 작품은 백남준이 뇌졸중 발병(6) 이후 21세기 밀레니엄을 기념하기 위해 1999년 제작한 작품이다. 그동안 여러 전시장에서 벽면에 설치되었던 작품을 보았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나무로 된 탁자위에 뉘어서 설치하니 또 다른 작품을 보는 듯 새롭다.

 

모니터의 영상은 13분 길이의 비디오와 오디오가 함께 연출된다. 백남준은 호랑이를 통해 남북한을 표현하고자 했다. 영상에 나타난 두 마리의 호랑이는 싸우고 놀고, 뒹굴며 은유로 남과 북의 현실을 대변한다. 그 외에 1960년대부터 함께 활동한 샬롯 무어맨, 죤 케이지의 퍼포먼스와 백남준이 직접 제작한 작곡, 그림, 피아노 퍼포먼스의 장면들이 나온다.

 

위드 뮤직박스: 백남준 & 오르골(2021.12 1~12.15)전시가 김순주 기획으로 한남동 오르골 갤러리 토닌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을 때 만해도 세계적인 작가 백남준과 오르골을 어떻게 접목했을까 이해하기 힘든 상태로 전시장을 찾았다. 내가 아는 오르골은 태엽을 감아주면 화려한 형상들이 쏟아지고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뮤직박스로만 여겨왔기 때문이다.

 

귀를 대고 소리와 진동을 느껴보세요. 오르골은 태엽형식이라 전자파가 없습니다. 오르골 소리는 뇌관을 자극해 좋은 기운을 생성시키므로 우울증이나 불면증, 패닉 장애 등을 치료하는데 이용됩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갤러리 대표의 말에 허리를 숙여 귀를 나무테이블에 댄다. 테이블위의 오르골에서 퍼지는 떨림과 울림이 강하게 또 잔잔하게 내 마음에 전달된다.

 

내게도 오르골의 아련한 추억이 있다. 50여 년 전 가족들을 남겨둔 채 시카고에서 공부하며 맞은 첫 번째 크리마스에 동생은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발레리나들이 춤을 추고, 캐롤과 찬송가가 울려 퍼지는 커다란 오르골을 보내주었다. 내가 처음 받은 오르골이다. 수도 없이 틀고 또 건전지를 바꿔가며 들었던 오르골을 서울로 돌아와서는 딸애에게 주었던 것 같다.

 

오르골은 음악상자, 뮤직박스, 자명금이라 하며 음악을 자동으로 연주하는 기계다. 오르골은 일본에서 오르간을 뜻하는 독일어 ‘Orgel’이 변형되어 만들어진 표현이다. 조그만 상자 속에서 쇠막대기 바늘이나 펀치 카드가 회전하며 음계판과 접촉하여 소리를 낸다.

 

음악이 왕과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시대, 오르골의 등장은 일대 혁신이었다. 오르골 초창기에는 거의 부유층이 향유했고, 실린더 형태의 오르골을 담배케이스, 보석상자 등에 장치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디스크 오르골이 탄생하면서 빠르게 수요는 급증했고, 디스크 오르골은 LP 플레이어를 연상시키며 LP판을 교체하듯 디스크를 바꿔가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전시장에서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포터사의 디스크, 스위스 루즈사가 만든 명품 오르골도 구경하고, 100년이 넘는 앤티크 오르골과 최신작이며 전 세계에 두 점뿐인 크리스털 트윈에서 나오는 청아한 소리도 듣는다. 1865년부터 오르골을 만들어 온 루즈는 세계 최고의 오르골을 만드는 전문기업으로 200만원에서 2억을 호가하는 것까지 있다.

 

백남준의 음악과 트윈 디스크 오르골로 아리랑을 한 공간에서 듣는 신비함을 경험하며 새해에는 또 다른 위드 뮤직을 기대한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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