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86) 우도 39

 

편지 이야기의 계속이다. 김영일 작사, 윤용하 작곡의 <편지>(1951).

            울 밑에 개나리 꽃 한창이라고

          싸움터 오빠에게 편지 했어요

          하루 속히 공산군 무찌르고서

          공훈을 세워 달라 편지 했어요

 

          북에는 아직도 눈이 온다고요

          싸움터 오빠한테 답장 왔어요

          백두산 제일 먼저 태극기 꽂고

          공산군 호령한다 답장 왔어요

     70년 전의 노래다. 부산 피난 시절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왔다. 예술성 높은 가곡이란 칭찬을 받았다. [박찬호 지음, 이준희 편집, 한국가요사 2(미지북스, 2009), 180.] <편지>란 제목의 노래는 아주 많다. 그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어니언스(Onions)의 노래를 하나 더 적는다. 어니언스는 임창제와 이수영의 2인조 통기타 그룹이다. 그들은 1972<작은 새>로 데뷔했고, 그해 TBC 신인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1974KBS 방송가요대상을 받기도 했는데, 누가 뭐래도 <편지>(1973)는 그들의 대표작이 아닌가 한다.

             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 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

          하얀 종이 위에 곱게 써내려 간

          너의 진실 알아내곤 그만 울어 버렸네

          

          멍 뚫린 가슴에

          서러움이 물 흐르면 떠나버린 너에게

          사랑 노래 부른다.

    편지란 말이 들어간 노래 가사를 많이 적었다. 좀 다른 편지 이야기를 하자. 얼핏 생각나는 것은 Holmes-Laski Letters: The Correspondence of Mr. Justice Holmes and Harold J. Laski이다. 두 권으로 하버드대학 출판부에서 1953년에 나왔다. 미국 대법원 판사였던 홈즈와 영국의 정치학자 래스키와의 우정 어린 편지다. 1916년부터 1935년까지 19년 동안의 편지다. 처음 시작하였을 적에 홈즈는 75세였고, 래스키는 23세의 청년이었다. 두 사람의 지적, 사회적, 정치적 사상이 오갔다.

    좀 오래 전이라면 오래 전의 것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있다.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과 고봉 기대승(高峯 奇大升, 1527-1572)의 편지다. 퇴계가 1559년 고봉에게 보낸 편지로 시작했다. 조선 유학논쟁의 효시일지 모른다. 그때 퇴계는 55세로 대사성(大司成)이었고, 고봉은 과거에 막 장원한 32세의 청년이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13년 동안 두 사람은 소위 사단칠정(四端七情) 등을 놓고 논변을 펼쳤다. 114통의 편지가 오갔다. 맹자』 『중용』 『예기에 나오는 사람의 심성을 놓고 다투었다. 고봉의 후손이 그 서찰들을 묶어 퇴계고봉왕복서라 이름 하여 목판본으로 찍었다고 한다. 두 사람만의 잘못은 아니겠으나, 당시 최고위의 지성이 무익한 철학(?)논쟁만을 일삼고 있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임진왜란을 당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하기야 10만 양병설(養兵說)을 주장한 율곡 이이(栗谷李珥)도 있었으나, 율곡의 상소는 속유(俗儒)들의 반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세 사람은 모두 임란 전에 세상을 떴다.

    정작 소개하고 싶은 편지모음집이 있다. 숀 어셔(Shaun Usher)가 편집한 Letters of Note: Correspondence of a Wider Audience (Canongate Books, 2013)이다. 다빈치, 베토벤, 존 케네디, 토스토에프스키, 아인슈타인, 다윈, 카스트로 등 수십 명의 역사적인 인물들의 편지가 수록되어있다. 그것으로 모자라 2년 후인 2015년에 More Letters of Note란 속편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 둘 다 호화양장본이다.

    카네기의 편지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번졌다. 문자가 생겨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치고 편지 한 장 쓰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편지가 기적 같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카네기는 썼다. “천 냥 빚을 말로 갚는다.”는 속담처럼 편지도 쓰기에 따라 그런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귀하고 중요한 사람으로 대하면서 그의 협력을 구하는 편지의 예를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認定)과 감사(感謝)에 굶주리고 있다. 성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그것을 충족시킨다면 성공은 보장된다.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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