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83) 우도 36

 

    100년도 넘었으니 오래라면 오래 전의 일이다. 1915년이다. 미국으로서는 황당한 일을 당하고 있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1년 넘게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피 비린내 나는 전쟁에 말려든 것이다. 평화가 올까?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윌슨(Woodrow Wilson)은 평화를 위하여 노력해야겠다고 작심하고 유럽의 지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평화밀사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당시 국무장관 브라이언(William Jennings Brian)은 평화주의자였고, 사절로 가기를 원했다. 나라를 위하여 봉사할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성공하여 그의 이름이 죽백(竹帛)에 남게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윌슨은 브라이언을 제쳐놓고 친구이자 보좌관이던 커널 하우스(Colonel Edward M. House)를 임명했다. 하우스에겐 브라이언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고 그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을 알리는 것이 난감한 일이었다. 커널 하우스는 일기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브라이언은 내가 평화밀사로 유럽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적에 낙망이 얼마나 컸던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자신이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래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통령은 누구든 이 일을 공식적으로 하는 것이 현명치 못하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더구나 귀하가 가면 사람들의 관심이 보통이 아닐 것이고, 왜 귀하가 유럽에 가는지 세계가 주목(注目)할 것인데, 그러려니 차라리 나 같은 무명인이 다녀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신 것입니다.’”

    하우스는 브라이언이 밀사로 가기에는 너무 중요한 인물임을 말한 것이다. 이 말에 넘어간 브라이언은 기분이 좋아 어깨가 으쓱했다. 또 이런 예도 있다.

    윌슨은 맥아두(William Gibbs McAdoo)에게 각료 자리를 주려고 했을 적에도 같은 방법인지 전략인지를 구사했다. 각료가 되는 것은 보통 사람에게는 최고의 영광이겠으나, 윌슨은 맥아두를 각료로 초빙하면서 영광을 두 배나 크게 만들었다. 맥아두는 나중에 이렇게 회고했다.

    “윌슨은 자신의 캐비넷을 꾸리려고 한다고 말하면서 내가 재무상을 맡으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을 처리할 때 늘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는 습성을 지녔다. 나의 승낙이 그에게 큰 자선이라도 되는 듯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대통령을 누가 좋아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람이란 항상 잘 하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윌슨은 미국이 국제연맹에의 참여를 제안했을 적에 상원과 공화당을 불만스럽게 만들었다. 윌슨은 루트(Elihu Root), 휴즈(Charles Evans Hughes), 또는 롯지(Henry Cabot Lodge)와 같은 공화당의 유력인사를 외면하고, 비교적 문외한의 인사를 대동하고 평화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공화당의원들을 무시하고, 공화당의원들에게 돌아갈 떡을 없앤 것이다. 이제까지 잘 해오던 인간관계를 일거에 망치게 되었다. 절대 다수이던 공화당 상원의 반대에 부딪쳤다. 이 일로 미국은 국제연맹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카네기는 약간의 과장을 섞어 기술하고 있다. [실은 먼로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반대한 상원의원이 많았다고 한다.]

    카네기의 친구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 강연 초청을 자주 받아 이루 다 소화할 수 없어 거절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는 상대편의 감정을 조금도 상하게 하지 않았고, 거절을 당한 사람이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어떻게 했나? 시간이 없다거나 다른 약속과 겹쳐서 못한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는 초청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하고, 초청에 응할 수 없는 것을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용서를 빌고는 강연을 대신할 만한 연사를 소개하곤 했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칭찬받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이이들이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과 같다. 아니 어른들도 장난감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레종 도뇌르 훈장을 만들고, 군인들에게 15천 개나 되는 십자가메달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고참병에게 장난감을 준다는 비판이 일자, 나폴레옹은 사람은 장난감의 지배를 받는다(Men are ruled by toys.)”고 대응했다. TV 퀴즈 프로그램에서 맞추면 상으로 인형을 주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그래 애나 어른이나 같다는 말이 생겼는지 모른다.

    윗사람이 되기 위한 아홉 번째 방법이다. “자기의 제의를 상대방이 기쁜 마음으로 하게 하는 것이다. Always make the other person about doing the thing you suggest.

 

최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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