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미술상’ 박영숙 수상기념전

 

박영숙은 우리나라 1세대 페미니즘 사진작가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라는 말을 절감한다. 사진작가 박영숙은 아직도 불타는 정열을 가진 40대 여인 같다. 짧은 머리에 보라색 브릿지, 화려한 장신구, 강렬한 빨간 립스틱. 동그란 뿔테안경, 가을 냄새 물씬 나는 긴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며 전시장에 나타난다. 이 여인이 80을 넘긴 여인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작년엔 운전 중 앞차를 들이받아 머리를 크게 다치는 교통사고, 또 얼마 전에는 다리수술로 불편한 다리를 끌면서, 힘들 법도 한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전시장에 나타난다. 평소에 전시장을 찾지 않던 관람객들은 신문을 보고 전시장으로 달려온 여인들이다, 여인들은 자신들의 삶을 대변하여 이렇게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에게 존경과 경의를 전하러 나온 것 같다.

 

이중섭 미술상은 많은 작가들이 동경하고 또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이다. 더욱이 수상자가 사진 분야에 그것도 80이 훌쩍 넘은 작가에게 수여한다니 시상식 또 수상 기념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라는 끔직한 상황은 시상식은 단출하게, 전시는 연기되어 이제야 열리게 되었고, 전시오프닝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시는 시작되었다.

 

지난해 제32이중섭(李仲燮)미술상수상자인 한국1세대 페미니즘 사진작가 박영숙의 수상 전시(2021.10.20~10.29)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렸다. 지난해 이중섭미술상박영숙 수상기념전(2020.11. 5~11.15)이 코로나19로 연기되면서 1년 만에 열리게 된 것이다. 박영숙의 대표작 미친년 프로젝트30여 점이 전시되었다.

한국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박영숙은 한국 페미니즘 사진의 대모로 불린다. 여성성을 강하게 부각한 도발적인 인물사진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성적 권력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진작가다. 1980년대부터 페미니즘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도발적인 인물 초상 사진을 통해 가부장제 사회를 고발하는 한편, 사진을 예술로 끌어올리는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다.

 

박영숙은 수십 년간 대표작 '미친년 프로젝트' 등을 통해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적 사회를 비판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머리에 꽃을 달거나, 나체로 하얀 망토를 걸치거나, 생선을 자르다 말고 피 묻은 칼을 든 채 멍하니 먼 곳을 응시하는 여인 등 사진의 중심은 여성이었고, 여성성을 강하게 표출하는 도발적인 인물 사진 등으로 여성 해방을 부르짖었다.

 

이번 기념전에서 박영숙의 1966년 첫 개인전 이후 처음 선보이는 1969년 작 흑백 작은 사진을 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비 오는 날 깨진 보도블록 위를 걷는 사람들, 멋쟁이 신여성으로 보이는 단발머리의 긴 원피스와 판탈롱 팬츠의 두 여인, 도심의 요란한 간판과 함께 하수구냄새가 올라올 것 같은 길거리를 두 여성들이 팔짱을 끼고 걷고 있다.

 

2007년에는 국내 최초 사진 전문 갤러리 트렁크갤러리를 열어 운영하다 201812월 폐업했다. "젊은 작가들의 사진을 미술관이 소장하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돈 위주로만 돌아가는 미술판에 대한 저항이었다. 은행에 집 잡혀 한 달 이자만 800만원씩 나가기도 했다. 할 만큼 했는데 안 바뀌더라." 한 맺힌 박영숙의 이야기가 잊혀 지지 않는다.

 

이제 박영숙의 세계적인 사진수상전’ 수상소식을 기다려본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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