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74) 우도 27

 

    “다른 사람을 나의 사고방식에 넣는 방법12번째 이야기로 끝났다. 끝이 있으면 새로운 시작이 있다. 새로운 이야기로 우도는 다시 시작한다. 그것은 지도자가 되는 길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또 원망(怨望)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내 편을 만드는 방법이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첫째다. 상대의 결점을 발견했다고 하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방법이 무어라고 하기 전에 쿨리지(Calvin Coolidge, 1872-1933) 대통령의 이야기를 하나 한다.

    A란 사람이 쿨리지가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 손님으로 백악관엘 간 적이 있었다. 대통령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대통령이 그의 여비서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오늘 아침에 입은 자네 드레스는 유난히 아름답군. 자넨 아주 매력적이야.”

평소에 말수가 적은 쿨리지가 그런 칭찬을 한 것은 아주 드문 일인지도 모른다. 그 비서는 그래 그런지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이었다. 그러자 쿨리지는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

,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네. 그냥 자네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야. 그런데 부탁이 있어. 다음부터는 타자를 칠적에 구두점 찍는 것을 좀 잘 했으면 좋겠네.”

    그런 말이야 대통령이 아니라도 누구든 비서에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쿨리지는 심리학자 이상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이용할 줄 알았다. 칭찬을 들어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는 약간 듣기 거북한 말을 듣더라도 언짢게 느끼지 않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 것이다. 다른 예도 있다.

    이발사는 면도를 하기 전에 얼굴에 비누를 잔뜩 묻힌다. 이것이 바로 매킨리(William McKinley, Jr., 1843-1901)의 방법이다. 1896년 그가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다. 공화당의 한 유명 인사가 유세연설문을 썼다. 자기 딴에는 시세로(Cicero) 이후 최고의 명연설문으로 생각하였는지 그는 의기양양하게 매킨리 앞에서 큰 소리로 그것을 읽었다. 잘 된 대목도 있으나 단처(短處)도 있다. 매킨리는 그 연설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No”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직접 말하면 글쓴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고 그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다. 매킨리는 그럴듯한 우회방법을 구사했다.

    “여보게! 이건 아주 훌륭한 참으로 대단한 연설이네. 누구도 이보다 더 나은 연설을 할 수 없을 것일세. 아주 적절한 대목이 옳은 말이라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지만, 이 번의 특별한 경우에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걱정이 되네. 자네의 입장에서는 아주 힘 있고 건전한 내용이네만, 당의 입장에서 그 결과를 보면 문제가 있을 것 같네. 그러니 집에 가서 내가 가르치는 대로 연설문을 고쳐서 그 원고를 내게 보내게!” 그렇게 말하고 나서 매킨리는 즉시 푸른 연필로 고쳐야 할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새로 고친 연설문이 선거유세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링컨은 많은 편지를 썼다. 두 번째로 유명한 편지 이야기다. [가장 유명한 것은 다섯 아들을 전쟁에서 잃은 빅스비 부인(Mrs. Bixby)을 위로한 편지라고 한다.] 이 편지는 링컨이 1863426일에 후커(Joseph Hooker) 장군에게 보낸 것이다. 당시는 남북전쟁의 아주 어려운 시기였다. 18개월 동안 링컨의 부하 장군들은 연전연패를 계속했다. 우둔과 실패, 아니 참사의 기록이었다. 전국이 낙담에 빠졌다. 군인은 탈영이 심했다. 심지어 링컨의 하야를 주장하는 공화당의 상원의원까지 다수 나왔다. 오죽하면 링컨은 이런 말까지 했다.

    “우린 파멸 직전이다. 하나님까지도 우리 편을 들고 있지 않다. 희망의 그림자라고는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그때 후커 장군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장문의 편지라서 여기에 옮기지는 않으나, 먼저 칭찬을 잔뜩 하고 그를 나무랐다. 이것은 편지를 쓴 경우이나, 편지를 써놓고 아예 보내지 않은 예도 있다. 남부군의 장군 리(Robert E. Lee)의 퇴로가 큰 비로 차단되어서 그 군대를 일거에 때려 부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북군에게 왔다. 링컨은 미드(George Meade) 장군에게 즉각적인 공격을 취하라는 전문을 보냈다. 그러나 미드는 링컨의 말을 듣지 않고 우물쭈물하다가 적군을 모두 놓쳤다. 링컨은 분기가 탱천했다. 미드를 꾸짖는 편지를 썼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죽은 후 그의 서류함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보내지 않은 것이다. 좋게 이야기하면 우도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흑심이다.

    링컨이 후커 장군에게 보낸 편지는 1926년에 한 경매에 나왔다. 12천 달러에 팔렸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경매에 나오지도 않겠으나, 그 금액은 링컨이 평생 번 돈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모두 쿨리지, 매킨리, 혹은 링컨 같이 될 수는 없다. 그래도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뜻을 전달 수 있다면 나쁠 것 없다. 아니 좋은 일이다. 그것이 리더가 되는 한 방법이다.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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