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핵심을 물어라(bite the neck)

 

1963년 10월말경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그 당시 통역장교로서 포천 일동·이동 지역에 있는 5군단 관할 3사단에 근무했었다. 군대는 CPX(일명 지휘소연습)을 통해서 부대이동은 안하더라도 여러 행태의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비해서 도상 연습을 평균 일주일 또는 8-9일씩 하게 된다. 지휘소 연습이기 때문에 실제 병력동원은 않고 부대이동을 가상해서 행정처리, 군수지원, 작전계획의 빈틈 등을 찾아서 개선해 나가도록 하고, 그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 부대의 지휘역량을 높여가는 것임을 누구나 다 알게 된다. 그러나 4-5년에 한번 또는 몇 해에 한번은 실제로 부대사단병력을 동원하여 부대이동까지도 실전에 못지않은 훈련에 참가하게 된다. 이를 일컬어 FTX(Field Training Exercises)라고 하고, 전 장병들은 실전에 준하는 부대이동과 기습공격에 대비한 실제상황을 연출하고 한다. 전 군이 동원되고 사단장 이하 전 장병이 긴장하게 된다.

이때 8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역임하고 있던 칸웨이 중장이 있었다. 이분이 총감독으로 한국군의 부대배치, 전투능력, 작전수행의 신속성 등을 점검하고 감독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다. 미군치고는 유난히 키와 체구가 작았다. 원체 부지런한 분이시라 헬기를 타고 전선을 누비며 불시에 착륙하여 부대점검을 하고 강평을 하곤 한다. 발음이 ‘칸웨이’이기 때문에 통칭 강냉이 장군이라고 불렀다. 우리 통역장교 출신들은 차출이 되어 군단지원 업무를 맡게 되고 작전지휘에 소요되는 업무연락, 영문해석, 통역 등 제반업무를 분담했었다. 작전이 끝나고 종합 강평시에 이분이 한 말은 반세기가 지났건만 아직도 또렷이 기억되고 있다.

‘모두 다 훌륭하게 교관들이 수고하고 헌신적으로 작전업무를 수행한 것에 대하여 높은 치하를 드린다. 그러나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군의 역량은 특히 사단 이하의 연대, 대대 역량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다 하려고 동분서주하다 보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언제고 지휘관이 유념해야 할 것은 지엽적인 사항보다도 핵심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통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 속담에 이런 것이 있다. The key is how to bite the neck(핵심은 목줄때기를 무는 것이다). There are ten ways of skinning a cat(고양이 껍질을 벗기는 방법에는 10가지가 있다). 즉 고양이 껍질 벗기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느라고 그중에 하나에 매달리기 보다는 목줄때기를 어떻게 물것인가. 핵심을 어떻게 장악할 것인가에 대해 역량을 집중하라. 지휘관, 지도자는 사물의 핵심을 찾는 통찰력과 그런 능력을 꾸준하게 키우고 갈고닦는 기량의 축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때에 강평했던 how to bite the neck. 세월이 가면서 각종 사물에 부딪히면서 갈수록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지도자일수록 나라의 큰 명을 수임 받은 위정자일수록 bite the neck 핵심을 물어라가 더욱 긴요해진다.

특히 대통령선거는 미증유의 혼란을 극복하고 남북통일의 대업을 성취하는 불가피한 운명의 도전을 받아들여야하는 그야말로 대선이다. 그러나 매번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분들의 면면에서 지엽 말엽에 매달리는 면은 보이나 핵심을 치고 들어가고 나머지는 사상을 하는 그런 결단과 과감성이 보이질 않는다. 결국 핵심은 무엇인가? ‘이 나라 안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법치실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왜 이 두 가지 사항에 대해서 명확한 자세가 안 나올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려고 하는 세력에 대해서 단호한 결단이 왜 안 되는가? 타협과 포퓰리즘에 물들어가는 나약한 지도력의 남발을 보게 되면서 나라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한층 깊어지는 것은 나만의 과민반응일까? 부디 how to bite the neck 안보를 놓치면 모든 것이 흐려진다. 어떻게 만든 대한민국의 오늘인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내 목을 내 놓겠다는 결단을 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더없이 보고 싶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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