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72) 우도 25

 

    “다른 사람을 나의 사고방식에 넣는 방법의 열두 번째 이야기다. “경쟁심을 자극하여 도전을 물리쳐라!”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계속하다보니 쓰는 나도 지루하고, 누가 읽는지는 몰라도 독자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전에도 이야기했다시피 시작이 있는 것은 반드시 끝이 있다.” 플라톤의 말이다. 그냥 그 말만 한 것이 아니라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 “너희의 정치체제도 언젠가는 바뀐다고 했다. 정권(政權)은 더 쉽게 바뀐다. 희망을 갖자.

    바뀌기 직전은 끝이다. 다른 사람을 나의 사고방식에 넣는 방법도 열두 번째가 끝이다. 하기야 끝이 없는 것은 없다. 그러나 끝이 없는 이야기는 있다. 제임스 볼드윈(James Mark Baldwin)Fifty Famous Stories 오십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에 있는 끝없는 이야기)>. 대강 옮긴다.

    극동에 한 왕이 있었다. 하필 그가 왜 극동의 왕인지는 의문이다. 한반도가 거기에 있기 때문일까? 다른 일은 하지 않고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하루 종일 이야기만 들었다. 아무리 긴 이야기라도 지루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네 이야기엔 한 가지 결점이 있다. 그것은 너무 짧은 것이다.”

    여러 이야기꾼들이 궁전에 초대되었다. 아무리 긴 이야기라도 끝이 나면 왕은 슬펐다. 마침내 그는 누구든지 끝없는 이야기를 해 주면 상을 내리겠다고 전국에 포고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해 주는 자에게는 나의 가장 예쁜 딸을 아내로 줄 것이며, 나의 후계자로 삼아 내 뒤에 왕이 되게 할 것이다.” 그러면서 어려운 조건을 하나 덧 붙였다.

그러나 만일 이야기를 하다 그치면, 그의 목을 자를 것이다.”

    무시무시한 포고였다. 그러나 흥미로운 포고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왕의 딸은 양귀비 같은 천하의 미인이었고, 게다가 왕좌까지 걸렸기 때문이었다. 용감한 어떤 청년이 도전했다. 이야기를 만들어 끌고나갔으나 석 달이 지나자 그만 소재가 고갈되었다. 목이 몸에서 분리되었다. 그 소문이 퍼지자 더 이상 이야기를 갖고 궁전을 찾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남쪽에서 웬 사람이 궁전에 나타났다. 남쪽이면 전라도나 경상도일 것이다. 왕을 보고 물었다.

대왕이시여, 끝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신다는 게 사실입니까?” 왕이 대답했다.

물론이지.”

그리고 그 사람에게 대왕의 가장 예쁜 딸을 아내로 주고 대왕의 후계자로 삼으실 예정입니까?”

그렇다네. 성공을 하면 말일세. 그러나 만일 실패하면 그의 목은 없어질 것이네.”

좋습니다. 제게 메뚜기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말해 보게. 내가 들을 터이니.” 그러자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옛날 어떤 임금이 있었습니다. 전국의 모든 곡식을 압수하여 튼튼한 창고에 저장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메뚜기 떼들이 그 나라로 몰려왔습니다. 곡식창고를 알아냈습니다. 여러 날 동안 메뚜기들은 창고로 들어갈 구멍을 찾았습니다. 마침내 동쪽 창고 밑에 메뚜기 한 마리가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틈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메뚜기 한 마리가 들어가 곡식 한 알을 물고 나왔습니다. 그 다음에 또 한 마리가 들어가 곡식 한 알을 물고 나왔습니다.” 날마다 그리고 매주일 그 사람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 다음에 또 한 마리가 들어가 곡식 한 알을 물고 나왔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났다. 2년이 끝나자 왕이 말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메뚜기가 더 곡식을 물고 나올 것인가?”

! 대왕님! 그들은 이제 겨우 1 큐비트(cubit)를 물고 나왔을 뿐입니다. 창고에는 아직 수천 큐비트가 있습니다.” [큐비트는 완척(腕尺)이다. 팔꿈치에서 가운데 손가락의 끝까지, 40-55 센티미터다. 옛날 척도다. 곡물을 왜 양이나 무게도 표시하지 않고, 길이의 단위로 표시했는지 의문이다.]

어이! 이 사람아!” 왕이 외쳤다. “자넨 날 미치게 만드네. 나는 더 들을 수가 없네. 내 딸을 갖고 내 후계자가 되어 내 왕국을 다스리게. 그러나 다시는 그 지긋지긋한 메뚜기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말하지 말게.”

    그리하여 그 이야기꾼은 왕의 딸과 결혼하고, 여러 해 동안 그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리고 그의 장인이 된 먼저 왕은 더 이상 어떤 이야기건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끝없는 이야기도 끝이 났다. 메뚜기는 뛰는 곤충이지만, 새로 왕이 된 이야기꾼은 나는 놈이었던 모양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하기야 한 나라의 왕이 된 인물과 메뚜기를 비교하는 것은 좀 안 됐다. 그건 그렇고 끝이 없는 이야기도 있다. 백낙천(白樂天)장한가(長恨歌)는 당 현종(玄宗)의 양귀비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시다. 그 마지막 두 구는 아래와 같다.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하늘은 영원하고 땅은 오래 간다 해도 다하는 때가 있을 것이나,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이 한만은 끊임없이 다할 날이 없으리라.

    안록산(安祿山)의 반란으로 촉()으로 피난 나선 현종은 나라 망친 책임을 묻는 군사들 앞에서 양귀비의 목을 베었다. 한도 맺혔을 것이다. 자신의 과오는 반성치 않고 군사들을 원망했다. 때는 이미 늦었다.

    카네기의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다음 회에서 제 길로 들어설 것을 약속하면서 오늘은 여기서 그친다. 영어속담이다. “Promises are made to break like a pie crust.”(파이크러스트 부수듯이 사람들은 약속을 잘 깬다.) 두고 볼 일이다.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No.

Title

Name

Date

Hit

3048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이성순

2021.09.21

159

3047

이 생각 저 생각 (74) 우도 27

최 명

2021.09.20

1403

3046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459)

정우철

2021.09.19

212

3045

종교적 산책 73 (발전의 기본적 동력)

김동길

2021.09.17

1317

3044

한일 문화대비론(박경리 75)

김형국

2021.09.16

1476

3043

자가류 명상법 서설

여상환

2021.09.15

360

3042

서울의 새 명소로 떠오른 서울공예박물관

이성순

2021.09.14

470

3041

이 생각 저 생각 (73) 우도 26

최 명

2021.09.13

1422

3040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458)

정우철

2021.09.12

463

3039

종교적 산책 72 (생명은 영원하다는 생각)

김동길

2021.09.10

1330

3038

『토지』4부는 일본 비판론(박경리 74)

김형국

2021.09.09

1524

3037

지도자는 핵심을 물어라(bite the neck)

여상환

2021.09.08

384

[이전] 1[2][3][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