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69) 우도 22

 

    아홉 번째 방법이다. 여러 번 하는 이야기라 독자는 무슨 방법인지 아실 것이다. 상대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다. 소원을 무조건 다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논쟁을 중지하고 나쁜 감정을 없애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면서 다른 사람이 내 말을 듣게 하는 방법이다.

    무얼까? 바로 이거다. “나는 당신 말씀이 조금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의 입장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아무리 나빠진 감정이라도 봄눈처럼 녹을 것이라고 카네기는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고, 동의(同意)를 구한다. 동정(同情)이라고 해도 좋다. 보편적인 심리다. 그러한 심리를 충족시킨 한 두 사례다.

    한번은 올컷(Louisa May Alcott)작은 아씨들(Little Women, 1869)이란 소설에 관하여 방송하면서 작가가 살던 곳을 잘못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에서 살면서 집필한 것을 뉴햄프셔 주의 콩코드로 잘못 말한 것이고, 그것도 두 번이나 그랬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카네기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한 것이다. 그랬더니 필라델피아에 사는 한 여인이 자기가 올컷의 이웃에서 살아서 잘 안다면서, 올컷이 살던 곳을 잘못 말한 것에 대하여 아주 나쁜 욕을 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지 알 수 없으나 요즘 한국에서는 입 한번 벙끗 잘못 놀리던지 글 한 꼭지 잘못 쓰면 인터넷의 SNS인지 뭔지 하는 것으로 아니면 스마트 폰에 문자폭탄이 부지기수로 터진다는데, 아마 카네기 때는 편지로 욕을 해대는 풍습(?)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게 마음에 걸렸던 카네기는 그 후 필라델피아에 간 길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전화번호를 어떻게 찾았는지는 모른다. 둘의 대화다.

카네기: “아무개 부인, 몇 주 전에 주신 편지 대단히 고맙습니다.”

그녀:   “(아주 분명, 교양, 점잖은 목소리로) 누구신지요?”

카네기: “생소하실 겁니다. 제 이름은 카네기입니다. 얼마 전에 작은 아씨들의 작가 올컷에 관하여 방송한 사람입니다. 그때 올컷이 살던 곳을 잘못 말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래 사과 전화를 드리는 것입니다. 바쁘실 터인데도 시간을 내셔 편지를 주시어 정말 고맙습니다.”

그녀:   “아닙니다. 카네기 선생님. 그런 편지를 드려서 오히려 제가 미안합니다. 그땐 왠지 화가 나더라구요. 참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카네기: “아닙니다. 잘못을 제게 있었는걸요. 그 다음 일요일에 잘못했다는 사과방송도 했지만, 어디 그걸로 잘못이 용서 되나요? 아무튼 죄송합니다.”

그녀:   “아닙니다. 사실은 제가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에서 낳거든요. 우리 집안은 매사추세츠 주의 명문이고, 저는 제가 태어난 매사추세츠 주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답니다. 그런데 올컷이 뉴햄프셔에 살았다고 하셔서 아주 실망을 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그런 지각없는 편지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카네기: “, 별 말씀이세요. 제가 매사추세츠 주에 대해 잘못을 범한 것이 아니라 실은 제 자신에게 잘못한 걸로 알고 크게 뉘우치고 있습니다. 부인처럼 교양 있으신 분이 라디오 방송을 듣고 편지를 주시는 경우가 드문데, 혹시 앞으로도 잘못이 있으면 편지를 주십시오.”

그녀:   “그런 게 아니라 선생님이 제 비판을 받아주셔서 오히려 감사는 제 쪽에 있습니다. 뵙진 못했어도 아주 훌륭하신 선생님 같으십니다. 선생님을 더 잘 알게 되었으면 합니다.”

    카네기는 그렇게 사과하는 전화를 했기 때문에 그녀와 마음이 통했다고 했다. 자신의 성미를 억제하고, 모욕적인 편지를 친절한 대화로 갚았다고 했다. 스스로를 신통하게 여겼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조이스란 세인트루이스의 피아노 교사가 10대 소녀를 다룬 이야기다. 바빗트란 아이는 손톱이 유난히 길었다. 피아노를 치는 데 지장이 있다. 잘못 말했다가 레슨을 안 받겠다고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그래 첫 레슨이 끝나고 조용히 말했다바빗트야! 네 손이 아주 아름답구나. 손톱은 말할 것도 없이 더 예쁘다. 그런데 피아노를 잘 치려면 손톱을 좀 짧게 다듬으면 좋겠는데, 생각 좀 해 보렴. 그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걸 나는 잘 안다. 그러나 좀 다듬으면 넌 아주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거야! 알겠니?” 별로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길고 예쁜 손톱을 그대로 지니고 싶은 눈치가 역력했다.     

    그래 그 어머니에게 바빗트의 손이 예쁘지만, 긴 손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모녀가 같았다. 일주일이 지나 두 번째 레슨 날이다. 바빗트의 손톱이 짧게 다듬어진 것이다. 그래서 조이스가 그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했느냐고 칭찬을 하면서, 그 어머니에게 딸의 손톱을 깎게 해서 고맙다고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건 바빗트 자신이 혼자 한 일이고 자기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첫 레슨이 끝나고 조이스가 바빗트에게 손톱 이야기를 할 적에 조이스는 바빗트의 손과 손톱이 매우 아름답다는 칭찬을 먼저 했다. 그리고는 손톱을 좀 다듬으면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것이란 희망을 주었다. 당장은 싫은 반응을 보였지만, 다시 생각하니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된다는데 어쩔 것인가? 조이스는 바빗트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조이스는 피아노도 잘 가르쳤겠지만 우도(友道)의 비결을 알았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원하는 것에 동정심을 가져라. “Be sympathetic with the other person's ideas and desires.”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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