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68) 우도 21

 

    “다른 사람을 나의 사고방식에 넣는 방법의 여덟 번째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정성스레 보도록 노력하라(Try honestly to see things from other person's point of view.). 내 눈으로 보는 것이니, 내 관점에서 또는 내 시각에서 보는 것이지 어찌 남의 것을 빌려 보는가? 내가 우도(友道)에 관하여 카네기의 이야기를 여러 차례에 걸쳐서 쓰다 보니, 쉬운 것은 하나도 없고, 어려운 주문만 많다. 카네기가 그럴 것이다. “어려우니까 이야기하는 것이지, 쉬운 것이면 말도 안 꺼낸다.”

    사람들은 아주 큰 잘못을 저질러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나무라면 안 된다. 그러려니 하고 그들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다. 사람의 생각이나 언행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언행이 왜 그런지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입장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짐작을 넘어 이해하게 된다. 관계는 자연히 부드러워질 것이다. 부부 사이에도 그렇다. 카네기 친구의 이야기다.

    더글러스의 아내는 마당관리에 관심이 많다. 자주 잡초도 뽑고, 비료도 주고, 잔디가 자라면 기계로 깎는다. 나름대로 그렇게 공을 들여도 더글러스의 눈에는 4년 전 그들이 그 집으로 이사를 왔을 적보다 나아져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아내가 마당일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게 딱해 보이기도 해서, 가끔 마당일 좀 그만두라고 했다. 누구건 잔소리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 그런지 더글러스가 아내에게 무어라고 하는 날에는 아내는 찌무룩했고, 명랑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더글러스는 카네기를 만나 이런저런 교제의 비법을 배우고 터득했다. 아내의 마당일이 생각났다. 자기가 얼마나 바보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내가 마당일을 얼마나 엔조이(enjoy)하고, 칭찬을 받으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 다음날 저녁부터 아내가 마당일을 하러 나가면 따라 나가 아내를 도왔다. 그러면서 마당이 점점 예뻐진다고 했다. 아내의 관점에서 마당과 마당일을 보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것은 힘든 일도 아니고,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나? 하기야 다 그러면 세상 살 재미가 없을지 모른다.

    『사람들과 잘 지내기(Getting Through to People, 1963)의 저자인 니런버그(Gerald S. Nirenberg)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이 당신의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먼저 말하면 대화에서 협조는 저절로 얻어진다.” 그런 협조를 얻는 것은 다른 사람을 내 사고방식에 넣는 방법의 하나다. 그 후의 이야기가 순조로울 것은 물론이다.

    카네기는 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집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말 타기를 좋아했다. 꽤 큰 공원이었던 모양인데, 카네기가 좋아하는 참나무가 무성했다. 그런데 산불이 자주 나서 참나무 숲이 재가 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어른들이 담배꽁초를 잘못 버려 불이 나는 게 아니라, 동네 아이들이 놀러 와서 무엇을 익혀 먹느라고 불을 피우는 것이 주 원인이었다. 소방대가 와서 진화한 적도 여러 번이라 했다. 산불을 내면 감옥에 간다는 광고판도 있으나, 그게 아이들 눈에 들어 올 리가 없다. 산림경찰도 있으나, 말 그대로 있으나마나한 존재다. 자기의 관할구역이 아니라고 구경만 하는 경찰도 있었다. 카네기는 자기가 산림경찰이면 거기서 노는 아이들을 불러놓고 다음과 같이 말하겠다고 하였다. 아이들을 무작정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입장에서 감독을 하는 것이다.

    “얘들아! 재미 좋니? 오늘은 또 무얼 구워 먹을 작정이냐? 나도 너희만 했을 적에는 불을 많이 피우고 놀았다.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이 공원에서 불이 난다면 그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너희들이 잘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부주의한 다른 아이들이 있으니 얘기다. 만일 다른 아이들이 너희들이 불 피우는 것을 보고 흉내 낼 수도 있지 않겠니? 불을 잘 끄고 그 자리를 흙으로 덮지 않고 그냥 갔다가 산불이 나면 어떻게 되지? 나무들이 다 타버릴 테니 나무도 아깝지만, 잘못하면 너희들도 방화죄로 감옥에 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는 너희들의 놀이를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조심을 하라는 것이다. 나는 너희들이 재밌게 노는 것을 보면 늘 즐겁다. 그러니 곁에 있는 잎사귀를 멀리 치우고 집으로 갈 때는 불을 꼭 끄고 흙으로 잘 덮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음에 불을 피울 것이면 저 꼭대기의 모래판에서 하면 어떨까? 그러면 위험하지 않다. 아이코! 방해를 많이 했구나. 재미 많이 보아라. 또 보자.”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하는 말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협력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재주를 익혀라! 상대방의 편에 서서 사물을 보는 힘을 길러라!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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