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66) 우도 19

 

    "다른 사람을 나의 사고방식에 넣는 방법의 여섯째 이야기다. 뜻이 같은 친구를 만들려고 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들 이야기를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중요하다. “Let the other person talk themselves out!” 어떤 문제에 관하여 다른 사람들이 더 잘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질문을 하는 것은 괜찮을지 모르나, 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몫으로 해야 한다. 그것은 또 불평객을 다루는 안전밸브가 되기도 한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면 당신은 상대방의 말을 막고 끼어들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낀다. 그러나 끼어들면 안 된다. 아이디어가 많아 그걸 떠들려고 하는 사람은 당신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할 것이다. 카네기는 이런 일화를 적고 있다.

    어떤 굴지의 자동차제조회사가 차 안의 장식품자재를 구입한다는 광고를 냈다. 세 업자가 납품을 했으면 하고, 샘플을 보냈다. 어느 날 자동차회사로부터 업자들을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M이라는 그 중 한 업자가 자동차회사로 갔을 적에 다른 업자들도 와 있었고, 샘플들은 이미 자동차회사의 중역들이 검토를 마친 상태였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자재의 장단을 이야기하고, 뽑힌 업자가 회사와 계약을 맺는 순서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M은 후두염으로 목이 잠겨서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래 그는 종이에 죄송합니다. 여러분! 목이 잠겨 말을 할 수가 없음을 용서하십시오.”라고 써서 참석자들에게 돌렸다. 그랬더니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자동차회사사장이 그러면 내가 M을 대신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하더니, 그는 M의 샘플을 들고는 마치 자기의 샘플인 것처럼 이런저런 장점을 말하는 것이었다. M을 대신하여 말한다고 했으니 M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M이 한 일이라고는 가끔 웃고, 고개를 끄떡거리고, 어깨를 몇 번 으쓱한 것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M은 목이 잠긴 덕분에 수지맞은 것이다. 또 이런 일화도 있다.

    뉴욕 어느 신문에 유능하고 경험 많은 회계직원을 채용한다는 광고가 실렸다. K라는 사람이 이에 응하기로 하고는 인터뷰 준비를 위하여 그 회사의 창립자와 회사에 관한 모든 것을 조사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먼저 사장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훌륭한 회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일생일대의 큰 영광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 회사는 28년 전에 방 하나, 책상 하나, 그리고 타자기 한 대로 창립되었습니다. 맞지요?”

    대체로 어렵게 창업하여 성공한 기업가들은 힘들었던 창업당시를 회상할 때면 기분이 좋다. 이 회사의 사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장은 단돈 450달러로 어떻게 회사를 시작하였는지에 관하여 길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남들이 비웃었지만 실망하지 않고 일요일과 휴일에도 일하고, 그것도 하루에 12시간에서 16시간까지 일하던 시절을 되뇌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월스트리트의 내 노라 하는 부자들이 여러 정보를 청하리만큼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그리고는 K의 경력을 간단히 묻고는, 부사장을 불러 이 양반이 우리가 원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응모자들도 K와 같이 회사에 관하여 여러 가지를 조사하고 인터뷰에 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K처럼 사장의 흥미와 관심을 먼저 말함으로써 인터뷰를 시작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남보다는 자기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듣기를 좋아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다. 옛날의 성공한 유세객들은 군주가 좋아하는 주제를 갖고 군주를 설득하였다. 소진(蘇秦)과 장의(張儀) 등도 그러한 무리였다. 그들은 혀 놀림을 잘했다. 장의의 고사를 하나 이야기한다. 그가 처음 유세를 시작하였을 적에 실패하여 욕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의 아내가,

아아, 당신이 독서와 유세 따위를 하지 않았던들 이런 욕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하고 탄식을 하자,

내 혀가 있는지 보아 주오. 아직도 있는가?” 하고 장의가 물었다. 아내가 웃으며,

있습니다.”하자, 장의는

그러면 안심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설상재(舌尙在: 혀가 아직 있다)”는 말이 여기서 생겼다.

    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인지, 혀를 조심하라는 이야기인지 분명치 않으나 혀의 놀림에 따라 일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혀를 잘못 놀려 화를 당한 예도 역사에는 무수히 많다. 그 한 예가 삼국연의에 나오는 예형(禰衡)의 고사다. 혀를 잘못 놀려 목이 잘렸다. 그래 설검(舌劍)이란 말도 있다.

    어려서 어디선가 읽은 것인데 이런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왕이 회의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 옆에 있던 다른 왕이 당신은 벙어리요, 아니면 바보요? 어찌 한 마디도 없소.”라고 힐난을 했다. 그러자 바보는 입을 다물 줄 모른다오(A fool cannot hold his tongue.)”라고 하더란 것이다. 혀인지 입인지는 모르겠으나, 거기서 나오는 말은 좋을 수도 있고 화()가 되기도 한다. 그래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다(Silence is golden, speech is silver.)”란 속담도 있다. 하기야 글도 마찬가지다. 설화(舌禍)도 있고, 필화(筆禍)도 있다.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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