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신사리(眞身舍利)와 말씀 사리-1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적이 있어 기억하게 됐다. 성철스님의 열반 후 얻게 된 ‘사리’라고 해서 대퇴골 뼈 일부와 구슬처럼 생긴 사리를 TV로 소개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사리란 참된 수행의 결과로 생겨난다고 여겨지는 구슬 모양의 유골을 가리키는 불교용어라고 정의된다. 또 사리는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형태에 따라 전신사리(全身舍利)와 쇄신사리(碎身舍利)가 있는데, 신체 자체로 볼 때는 전신사리이고 다비(茶毘)한 뒤의 신골은 쇄신사리라고 한다. 이 경우 쇄신사리는 세골(細骨) 내지 흰 분말의 경우가 있으나, 북방불교 계통에서는 사리신앙이 더욱 신비화되어 둥근 구슬의 형태로 된 영골(靈骨)·영주(靈珠)로 인식되고 있다. 보통 불사리(佛舍利)를 으뜸으로 말하고 있으나 그 외 수행자의 유신인 고승의 사리 역시 신봉되어 탑을 만들어 지켜가고 있다.

 

보통 우리 같은 일반인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그럴 수도 있나?” 하는 의문도 갖게 된다. 그것으로 인해 불교인들의 경우 불심을 더 두터이 한다면 누가 탓할 것이 있겠냐마는 여기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일상을 잃는다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것이 주는 교훈적 의미가 무엇인지, 종교적 함의가 무엇인지, 또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지 우리 같은 속인들로서는 헤아릴 바가 없다. 오히려 성실하게 한 일생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경우에는 삶의 과정을 통해서 터득한 여러 가지 생각과 경험의 응축된 덩어리를 볼 수가 있다.

일응 배운다는 것은 세 가지 형태가 된다. 나면서 아는 것은 생이지지(生而知之)라고 하고, 학교생활을 통해서 터득된 것을 학이지지(學而知之)라고 하고, 그런 과정에서 부딪히며 실체적인 경험과 수련과 축적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을 곤이지지(困而知之)라고 한다. 누구나 곤이지지의 일정 수준은 유지될 수 있으나 각별히 이 분야를 통찰하고 노력하고 다듬어왔던 사람에게는 귀한 말씀으로 응축되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한마디 말이라도 감동을 줄 수 있고 정리된 기록들은 활자화되어 오랫동안 보고 그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다시 말하면 누구에게나 생각을 정돈하고 다듬으면 ‘말씀 사리’를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성경 66권도 다른 말로 생각해 보면 예수님이 이 땅에 남기고 간 말씀 사리일 것이고, 불경도 팔만 장경의 구절구절은 말씀 사리로서 응축되어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2500년 전에 공자의 가르침으로 비롯되는 유교 경전도 인간의 바른 도리를 짚어주는 말씀 사리로 해석되어질 수가 있지 않겠는가.

그때그때 큰 울림을 주는 말씀 사리를 생각하다 보니 내게도 귀한 말씀 사리 세편을 익히고 느끼면서 팔십 평생을 살아왔다고 회상이 된다.

첫째, 모두 다 잘 아는 천상병 시인의「귀천」이다. 이 사람은 1930년생이고 1993년에 사망했으며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다녔었다.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고문 끝에 득병되었다고 알려졌으나 그 외 일반인과는 다른 범주에 속한다. 몸이 많이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일생이었으나 항시 소박한 웃음과 지인을 만나면 “나 천 원만 줘”라며 손을 내밀었다. 그 말투도 자연스럽고 천연스러워서 얼마를 더 주면 “이건 필요 없어”라고 하며 천 원만 달랑 들고 가서 막걸리 한두 잔 먹고 시를 읊고 그렇게 투명한 얼굴 모습을 하고 있다. 어떻게 저런 천연스러운 어린이와 같은 얼굴 모습이 나올 수가 있을까? 인사동에 갔을 때 귀천에 가끔 들려보곤 했다. 그의 마지막 유작 ‘귀천’을 여기 실는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마지막 구절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티 하나 없는 맑은 순정이 느껴지고 어떻게 저런 경지에 들어갈 수가 있을까? 이 세상을 이렇게 아름답게 한 구절로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여러 사람에게도 같은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보나 내게는 큰 울림이 주는 말씀 사리의 하나였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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