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65) 우도 18

 

    “다른 사람을 나의 사고방식에 넣는 방법의 다섯째 이야기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 라고 하게 하라. Get the other person saying ‘yes, yes’ immediately.” 누구와 만나 이야기를 시작할 때 상대방과 다른 점은 되도록 화제로 삼지 말아야 한다. 서로 동의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그것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같은 목적에 도달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하여 상대방의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행동을 주로 연구한 심리학자 오버스트리트(Harry A. Overstreet)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오!’라는 대답은 가장 이기기 어려운 장애물이다. 상대가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그의 모든 자존심을 거기에 걸었다는 표시다. 나중에 아니오라고 말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 자존심은 남아돈다. 일단 그렇게 말했으면, 그 방향으로 밀고 나가려는 집착을 못 버린다. 그래 처음부터 아니오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심리적 패턴은 매우 분명하다. “아니오라고 말한 사람에겐 물러설 의사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반대로 그가 라고 응한 경우에는 물러서도 좋다는 심리가 뒤에서 작용한다. 그렇게 때문에 란 대답을 유도하라고 하는 것이다. 간단하다면 간단한 기술일지 모르나, 쉽게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효과는 매우 크다. 카네기는 아래와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뉴욕시의 그린위치저축은행에서의 일이다.

    어떤 사람이 거래를 트려고 왔다. 그러려면 절차가 복잡하다. 지배인이 통상의 서류를 건네주고 필요한 사항을 기입하라고 했다. 어떤 문항은 쉽게 처리되었으나, 기입하지 않겠다는 문항이 있어서 문제가 생겼다. 지배인이야 그 고객이 그냥 나가도 그만이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아쉬운 고객으로 보여 수작을 걸었다. 은행이 원하는 것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에 관하여 말을 걸었다. 고객이 기입하기를 꺼리는 문항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만일 당신이 많은 예금을 하고 혹시 불행한 일이 생긴다면, 법적으로 그 예금을 상속받을 가까운 사람이 있습니까?”하고 부드럽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 고객은 얼른 대답했다.

, 물론이지요.” 그러자 지배인은 다시,

만일의 경우에 당신 상속자에게 당신이 바라는 바를 틀림없이 곧 연락을 할 수 있게 그 이름과 주소를 알려주시면 좋겠는데요.” 그러자 그 고객은,

, 물론입니다.”

    지배인의 부드러운 말씨는 고객으로 하여금 , 라고 하게 만들었고, 그 고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은행이 요구하는 문항을 모두 채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를 위한 신탁예금까지 하나 더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은행도 까다롭다. 근자에 나는 사무실을 옮겼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은행에 통장을 새로 개설하고, 약간의 돈을 입금했다. 며칠 지나서다. 현금이 필요하여 찾으려는데, 하루에 한 번 일백만원 이하로만 인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담당 직원에게 , 라고 말하게 할 수도 없고, 방법이 무어냐고 물었다. 복잡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기적인 거래 실적이 있어야 되고, 여러 가지 서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 그러면 거래를 끊을 터이니,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찾겠다고 했다. 그것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하기야 나도 처음에 은행이 요구하는 서류에 여러 가지 동의표시를 했고 서명과 사인도 몇 번씩 했다. 요즘은 종이 서류가 아니라 작은 전자패드에 한다. 어쨌거나 으레 그러려니 하고 무심코 은행직원이 하라는 대로 따랐던 것이다. 내 부주의였겠으나, 인출의 제한이 있는 줄 모르고 서명과 사인을 한 것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제한은 은행의 갑질인 것이다. 고객이 갑이 아니라 은행이 갑이다. 주객의 전도가 아니라, 갑을의 전도다. 좀 다른 의미이기는 하나, 전에도 을축갑자라는 성어가 있었다.

    다시 카네기다. 그에 의하면, “, 의 방법을 가장 잘 구사한 사람은 소크라테스였다. 철학의 비조로 숭앙 받는 그는 상대방이 라고 할 수밖에 없을 때까지 질문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래 카네기는 , 의 방법을 소크라테스의 방법이라고 불렀다. 카네기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하지만, 그렇게 슬기로운 사람이 왜 독을 마시고 죽어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뜻 같은 친구를 얻고자 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바로 , 하도록 만들도록 하라는 교훈만 이야기한다.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추기: 나는 여러 해 전에 아테네에 간 적이 있다. 아크로폴리스에 올라 파르테논 신전, 제우스 신전 등을 보았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소크라테스의 감옥>이 있다. 들어가 보지는 않았으나, 무슨 굴 같이 보였다. 중대한(?) 범죄자를 가뒀던 곳으로는 상당히 엉성했다. 소크라테스가 정말로 그 곳에 갇혔었는지도 의문이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의하면,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나라가 믿는 신을 믿지 않고, 새로운 다른 영적인 것들(daimonia)을 믿은 죄를 범했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는 그것이 죽을 죄였던 모양이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은 기원전 399년에 열렸다.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404)이 끝난 5년 후다. 아테네가 그 전쟁에서 패했기 때문에 아테네 정치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민주정파와 과두정파의 대립이 심했다. 그러나 다행히 두 정파는 과거 정치행위의 잘못을 모두 사면키로 합의하였다.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그러한 사면합의에 어긋난 판결에 의하여 사형을 당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한 철학자의 일생에 걸친 철학적 작업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몰지각, 부질없는 시기심, 그리고 아테네 정치지도자들의 이기적인 적대심이 작용했다는 설명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독약을 마시고 생을 마감했다.

또 소크라테스가 죽음에 임하여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는 속설이 전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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