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64) 우도 17

 

    “다른 사람을 나의 사고방식에 넣는 방법의 넷째 이야기다. “처음부터 친구 대하듯이 하는 것(Begin in a friendly way.)이다.” 기분이 몹시 나빠 짜증이 난다고 하자.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그렇다고 그걸 밖으로 내뱉으면 속이 시원할까? 그걸 듣는 상대는 어떨까? 윌슨 대통령이 말했다.

    “만일 네가 두 주먹을 쥐고 나에게 오면, 나는 그 배나 강한 주먹을 쥐고 맞설 것이다. 그러나 네가 와서 조용히 앉아 무엇이 문제인지 의논하자고 하면, 나는 반갑게 이에 응하여 다른 점이 무엇이고 왜 그런지 생각할 것이고, 크게 다른 것이 없음을 알면 인내와 공평으로 협력할 것이다.”

    윌슨의 이 말을 가장 잘 실천하여 덕을 본 사람은 록펠러(John D. Rockefeller, Jr., 1874-1960)였다. 다 알다시피 그는 <스탠더드 오일>의 창업자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은수저를 물고 나온 것이다. 그래 그런지 처음에는 다소 철이 없었다. 1915년경이다. 그는 <콜로라도 석유 및 철강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유업을 물려받은 그는 콜로라도에서 가장 혐오의 인물이었다. 미국의 산업사상 최악의 노동분쟁에 휩싸였다. 임금이 문제였다. 노동분쟁이 으레 그렇듯이 노동자는 임금인상, 회사측은 물론 반대였다. 회사의 기물은 파괴되고, 분쟁은 유혈사태로 발전했다. 군대가 동원되었다. 록펠러는 난감했다. 그러다가 그는 대결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동자와 한편이 되는 방법을 모색했다. 노조 간부들의 집을 방문하였다. 그들의 부인과 아이들도 만났다. 물론 선물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 노조의 간부들을 모았다.

    “이 큰 회사의 일꾼들을 대표하는 여러분 앞에 서는 행운을 처음 갖습니다. 나는 이 모임을 평생 기억할 것입니다. 아마 두 주전에 내가 이 자리에 섰다면, 아는 얼굴이 거의 없었을 것이고 여러분도 나를 생소하게 여겼을 것입니다. 지난 두 주 동안 나는 우리의 남쪽 석탄광을 찾아 여러 분들을 만났고, 여러분의 부인과 이이들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 그런지 이 자리는 전혀 서먹서먹하지 않고, 친구들끼리 만난 자리란 기분이 듭니다. 아니 이 자리는 오로지 여러분의 호의로 모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록펠러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노조간부들을 친구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록펠러를 친구로 생각하게 된 노조간부들은 그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오래 전에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한 방울의 꿀이 한 말의 쓸개즙보다 더 많은 파리를 잡는다(A drop of honey catches more flies than a gallon of gall.). 이것은 진리요. 오랜 금언이다. 이것은 사람에 있어서도 꼭 같다. 당신이 하는 일에 다른 사람의 협조를 얻으려면, 먼저 그로 하여금 당신이 진정한 친구라는 확신을 갖게 만들어라. 이것이야말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꿀이고, 그의 이성(理性)으로도 통하는 큰 길이다.”

    나쁜 감정으로 나를 대하는 사람에게는 무슨 논리를 쓰더라도 안 통한다. 내 뜻에 따르게 만들 수 없다. 억지와 강제로는 이길 수 없다. 오직 부드럽게 친구 대하듯이 해야 한다. 이런 예도 있다. 2,500명이 일하는 어떤 자동차회사에서 노조는 임금인상과 노조결성문제로 파업에 들어갔다. 그 회사의 사장은 성냄이나 책망이나 폭군적인 말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도리어 동맹파업자들을 칭찬하였다. “가장 평화스런 방법의 파업이란 광고를 신문에 내는가 하면, 파업으로 일하지 않는 노동자들에게 야구도구를 사다주고 같이 운동을 하기도 했다.

    친교(親交)는 친교로 되돌아온다. 사장의 행동에 감격한 노동자들은 비와 삽과 들것을 준비하여 공장근처에 널려있는 휴지, 버려진 물건, 담배꽁초 등을 치우고 깨끗이 청소했다. 생각해 보라. 임금인상과 노조결성쟁취를 위하여 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이 공장일대를 말끔히 청소한 것은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파업이 어떻게 끝났는지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동지를 얻으려면 우의(友誼)로 시작할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추기 1: 영어에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는 표현이 있다. 부유한 집에서나 행운을 안고 태어난 것을 “to be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라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은수저가 금수저로 둔갑했다. 금은 은보다 훨씬 귀하고 비싼 금속이다. 금수저란 말이 유행되면서 흙수저란 말이 또 생겼다. 흙수저란 말을 만들어 금수저와 대비시키면서 빈부의 차를 상징적으로 더 벌려놓자는 좌파들의 논리가 그 배경이 아닌가 한다. 대한민국사회를 사사건건 극도로 분열시키자는 것이 좌파들의 목적이다.

추기 2: 꿀과 연관된 이야기가 생각나서 적는다. “口有蜜腹有劍(구유밀복유검)”이란 말이 있다. “입안에는 꿀이 있으나 뱃속에는 칼이 있다는 뜻이다. 이임보(李林甫)는 당() 현종(玄宗)의 측근이었다. 인사권을 손에 쥐고 국정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 있으면 아주 충성스러운 얼굴로 현종에게 추천하여 벼슬을 하게 해놓고는 뒤로는 그를 떨어뜨리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뱃속이 검은 궁중정치가의 전형이다. 그래 입안에는 꿀이, 배에는 칼이라고 당시 사람들이 그를 평하였다는 말이 十八史略(십팔사략)에 나온다. 겉으로는 상냥하게 남을 위하는 척하면서 돌아서서는 은근히 헐뜯고 끌어내리는 사람을 가리킨다.

추기 3: 노동자들이 공장을 청소한 회사는 White Motor Company이고, 당시 사장은 Robert F. Black이다. White Motor Company1900년에 설립되어 1980년까지 자동차, 트럭, 버스, 농업용 트랙터 등을 제조하던 미국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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