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산책 62(기도하는 동물)

 

기도하는 동물

    인간의 특성 가운데 우리가 이해 못 할 것이 꼭 한 가지 있다. 최근에 인간만이 기도하는 동물이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쪼그리고 앉아있는 얌생이(‘염소의 경상도 사투리) 한 마리는 혹시 기도를 하고 있는 듯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얌생이는 기도하지 못 한다. 다른 동물들에게는 기도가 없다는 사실을 안 지는 오래 된다. 평범한 진리이지만 나이 이제 구십이 넘어 그런 평범한 사실 하나를 발견하고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인간은 기도하는 동물이다라고 했을 때 그렇지 않다고 우겨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바꾸어 말하자면 기도가 없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이 있을 뿐이다. 입학시험을 보고 합격자 발표를 하는 날 자기가 합격되었기를 기도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절에 가고 교회에 가는 등의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소리 내어 하는 기도, 기도의 형식을 갖춘 기도만이 기도의 전부는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매 순간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기도는 우리 마음에 온다. 밤낮으로 일을 하면서도 아들딸이 건강하게 학업을 잘 마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 부모님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무탈을 바라는 마음 등등이 모두 더 좋은 것을 향한 바람이다. 이러한 모든 것이 기도인 것이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기도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동물이다. 기도가 있을 때 희망이 싹튼다.

    물론 인간의 모든 소망이 모두 다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인간이란 매우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어느 무신론자가 있다. 어찌 생각하면 무신론이 그의 신앙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전혀 기도가 없이 혼자 밤길을 가는 사람은 없다. 그 기도의 내용이 다른 사람들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오늘 모든 인간이 백 퍼센트 진실하다고 믿는 신앙도 따지고 보면 90% 정도는 신앙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절에 가지 마라또는 교회 가지 마라라고 하면 절이나 교회에 안 갈수는 있지만 그들의 삶 속에 절이나 교회에 다니면서 깨달은 신앙의 세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인간이 타고난 종교적인 본성을 너무 어렵게 다루지 말고 평이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인간의 내세에는 지옥도 있고 연옥도 있고 천국도 있다고들 한다. 다 둘러보고 돌아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물론 하나님을 만난 사람도 없다. 단테도 밀턴도 다 그렇다. 그들은 그 시대의 기독교적 신앙을 총 정리하여 그런 작품을 남겼을 뿐이다.

    나의 오늘이 있는 것은 어머님이 물려주신 기독교적 신앙 때문인데 그 신앙을 가지고 나의 이웃에 조금이라도 유익을 주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신앙 때문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어떤 젊은이라도 나의 이 말 한마디에 다소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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