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61) 우도 14

 

   “다른 사람을 나의 사고방식에 넣는 방법” 이야기다남을 왜 내 사고방식에 넣어야하는지는 알 수 없어도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한다방법도 여러 가지다첫째는 논쟁하지 말라는 것이다영어로는 “You can't win an argument.”우도에서는 변론(辯論)해서 못 이긴다로 번역되었다무슨 뜻인지는 짐작이 가나여기서 argument를 변론이라고 번역하여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그래 사전[Si-sa Elite English-Korean Dictionary]에서 argument를 찾아보았다.

   “(), 입론(立論: argumentation), 토론논쟁논의(debate)” 등이 앞에 나와 있다. “변론은 보이지 않는다그래 국어사전[民衆엣센스國語辭典]에서 변론을 찾았다.

(1) 사리를 밝혀 옳고 그름을 말함.

(2) 소송당사자 𐄁 변호인이 법정에서 하는 진술.

(3) 웅변. [변론반.]

   보통 (2)의 뜻으로 많이 쓰이나, (1)의 뜻이 앞에 나온 것을 보면, “변론은 시비(是非)를 가리는 말이어서 argument를 변론이라고 하여 이상할 것은 없다사전에는 나오지 않으나순 우리말로는 말다툼말싸움입씨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아무튼 말다툼으로는 상대방을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도의 저자 카네기는 아래와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어느 큰 축하파티장의 일이다카네기의 바른편 옆에 앉은 신사가 무슨 이야기 끝에 우리 소원을 이루어주는 신은 또한 소원을 없애기도 한다(There's a divinity that shapes our ends, rough-hew them how we will.)”면서그것이 성경에 있는 말이라고 하였다카네기는 그것이 셰익스피어의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 그건 햄릿에 있는 말인데요.”하였다우쭐한 기분에서 그 신사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그러나 그 신사는 그것이 분명 성경에 있다면서 셰익스피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다카네기가 다시 무어라고 할 때다왼편 옆의 친구가 갑자기 테이블 아래로 그의 발을 지그시 밟으면서, “저분 말씀이 맞습니다성경에 있습니다.”하는 것이었다

   파티가 끝나 돌아가는 길이었다카네기는 왼편 옆에 앉아있던 친구에게 다시 말했다그것이 셰익스피어에 있는 말이 분명한데어찌 가만히 있으라고 했나?”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꾸했다물론이지그건 햄릿」 5막 2장에 있는 거야그건 그렇고 우린 그 자리에 손님으로 간 거야냐다른 사람의 잘못을 끄집어내려고 애쓸 필요가 뭐 있겠어그냥 그 사람의 체면을 살려주면 안 되나더구나 그가 네 의견을 물은 것도 아닌데이봐모난 돌에 정(맞는다는 말도 있잖아.”

   카네기의 회고다. ‘모난 돌에 정 맞는다는 말을 한 친구는 오래 전에 작고했으나그 친구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그러면서 변론에는 승리가 절대로 없다이겨도 잃고 져도 잃는다.”고 했다당신이 변론에서 이겼다고 하자당신은 기분이 좋을지 모르나상대는 언짢게 느낄 것이 분명하다열등감을 가질 수도 있다당신은 상대의 자존심에 상처 낸 것이다그가 앞으로 당신에게 호감을 갖을까?

  링컨의 일화도 있다링컨이 한번은 부하사관과 심하게 말다툼하는 젊은 장교를 야단친 적이 있다. “자기를 잘 지키는 사람은 남과의 다툼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자기 권리를 덜 주장하고남의 권리를 존중하는 행동을 취하라개와 싸우다가 물리는 것 보다는 길을 양보하는 것이 백번 낫다개를 죽여도 무는 버릇을 고치지는 못한다.”고 하였다는 것이다그러나 야단을 맞은 그 장교가 그 후로 개와 다시 싸우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링컨에게 야단을 맞았다고 불쾌했을 수도 있다야단을 고마운 충고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위에서 성경이냐 셰익스피어냐를 놓고 다투었다는 야야기를 했다그래 생각인데만약 그 자리에 황희(黃喜, 1363-1452)정승이 있었다면 무어라고 했을가필경 그 말은 성경에도 있고셰익스피어도 한 말이라고 했을지 모른다황희는 성경을 본 적도 셰익스피어를 알 리도 없지만그는 누구나 다 옳다고 했던 적이 많았다그러나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황희가 나라의 정책에서는 그런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임금에게 잘못이 있으면 잘못이라고 간하고바른 길로 가라고 했을 것이다훌륭한 신하라면 나라의 정책에는 시비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다른 사람을 나의 사고방식에 넣는 방법의 첫째 이야기가 길어졌다둘째 이하는 다음으로 미룬다.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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