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의 심리

 

우리말에 ‘잘되면 자기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논리상 잘못된 말이다.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잘되면 자기 탓’이라는 말은 의미상 바르지 못하다. ‘탓’이란 ‘잘못된 까닭’을 이르는 말이다. 잘못된 데 쓰는 용어를 ‘잘 되면’이라는 말에 붙여 쓰면 당연히 틀린 말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잘되면 자기 탓’이 아니라 ‘잘되면 자기 공(功)’이라고 해야 옳다. 아무튼 ‘탓’이란 잘못된 곳에 쓰는 말이거나 그렇게 된 핑계를 댈 때 쓰는 말이다. 우리가 이렇게 탓을 잘하는 것은 다른 말로 바꾸어서 핑계를 잘 댄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성공시키고 나면 여기저기서 공허한 공 다툼이 벌어지는가 하면, 실패로 끝났을 때는 남을 탓하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서로 힘을 합해서 신바람을 일으키고 신바람에 몸을 맡긴 채 노래하듯, 춤추듯 일을 끝낼 때까지는 무척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 그러나 일이 끝나고 나면 신바람도 함께 끝나버리기 때문에 타산적인 인간성으로 돌아서고 만다. 그래서 성공에 따르는 논공행상(論功行賞)에 곧잘 불만을 드러낸다. 이괄(李适)의 난이 논공행상의 불만이 일으킨 대표적인 예이다.

거꾸로, 실패에 따르는 책임규명에는 모두 남의 탓을 들이댄다. 모두 자기 탓이 아니라 남의 탓이라는 것이다. 건국 이후 지금까지 엄청난 정치적 격동을 겪으면서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던 정치판의 주역들은 누구도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는다. 모두가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만다. 여당에서는 야당 탓, 야당에서는 여당 탓이다. 그러다보니 변명을 일삼고 탓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귀재들이 되어있다. 해괴한 논리와 근거 없는 비방들이 난무하면서 너나없이 ‘탓 의식’에 젖어가고 있다. 이것은 발흥된 신바람을 마무리에까지 끌고 오지 못한데서 일어난다.

일을 할 때에는 내가 할 일, 네가 할 일 따지지 않고 한데 어울려서 한마당 신나는 굿판을 벌이지만, 일이 끝나면 신바람도 같이 끝나서 ‘너와 나’를 끝까지 ‘우리’로 묶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비겁한 추태이다. 자꾸 남을 탓하다 보면 결국 괴로운 것은 자신이다. 자신의 온당치 못함에 대한 스스로의 자괴심은 자기비하를 일으키게 되고, 탓의 대상인 남을 미워하는 것은 자신에게 고통만 안겨준다. 남을 미워하는 것만큼 큰 고통도 없다. 모든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릴 때 스스로 해방감을 맛보게 될 것이고, 스스로 떳떳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팽배한 사회는 매우 건강하고 활기가 넘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주교에서 벌였던 ‘내 탓이오’ 운동은 우리의 아픈 데를 정확하게 찌른 자성의 송곳이다. 그러나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탓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운동이나 캠페인만으로는 부족하다. 공허한 외침으로만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신바람을 이어나가야 한다. 무슨 일을 할지라도 일을 할 때 일으킨 신바람을 일시적으로 불었다 사라지는 돌개바람으로 만들지 말고 일의 마무리, 자축(自祝)과 반성의 마당으로까지 이어나가야 한다. 우리 민족은 힘을 모아 일을 할 때에는 서로를 도와서 열심히 할 뿐이지 남을 탓하지 않는다. 뒤처진 사람을 구박하지도 않는다. 거기에는 신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상필벌(信賞必罰)의 방식도 바꾸어야 한다. 개인을 상대로 한 포상이나 징계보다는 집단을 상대로 한 신상필벌이 우리에게는 매우 효과적이다. 개중에는 비록 포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자가 있을지라도 그냥 뭉뚱그려 포상하는 것이 좋고, 개중에는 더러 징계할 수 없는 사람이 섞여 있더라도 그냥 연대징계를 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안다. 자기의 공이 없는데도 단체포상에 포함되면 그는 스스로 자기계발에 힘을 기울이게 될 것이고, 자기는 열심히 했지만 팀 전체의 부진으로 징계를 받게 되면 집단의 조화와 균형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남의 탓하는 풍토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원형질이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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