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12) 우도 12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여섯째 방법이다. 우도저자의 이야기다. 한번은 그가 뉴욕 8번가에 있는 우체국에 갔더란다. 직원이 바빴다. 우편물의 무게를 달랴, 우표를 팔랴, 잔돈을 거슬려주랴, 영수증을 발행하랴, 정신이 없어 보였다. 아니 똑같은 단조로운 일을 매일 하다 보니, 지겹기도 했을 것이고 싫증이 나기도 했을 것이다. 빨리 서류를 부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 친구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려면, 무슨 좋은 말을 해야겠는데, 내 말을 하면 안 될 테고, 저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그리고 그 친구를 다시 보니 그의 검은 머리가 숱이 많고 윤기가 있어보였다. 그래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내 머리도 댁의 머리와 같으면 좋을 텐데요. 머리가 참 아름답습니다.” 그러자 그 직원은 하던 일을 멈추고, 기쁜 낯으로 웃으면서, “뭘요, 그래도 전만 못하답니다. 사실 내 머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걸요.” 그러면서 그가 부치고자 들고 있던 서류를 얼른 집어 처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도의 저자는 단순히 일을 빨리 처리하고 싶어서 직원의 머리를 아름답다고 칭찬했을까? 아니다. 그가 무엇을 바라고 머리가 아름답다고 칭찬한 것은 아니다. 그는 순간 그저 그 직원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고, 성공한 것이다. 그 직원은 필경 퇴근하여서도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하였을 것이고, 거울을 한 번 더 보고, “내 머리칼이 정말 그렇게 아름다울까?”하고 미소를 지었을지 모른다.

   사람의 행동에는 아주 중요한 법칙이 하나 있다. 이 법칙을 지키면 친구도 많아지고, 또 모두가 행복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것은 항상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중요하게 느끼도록 만들라(Always make the other person feel important.)”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법칙이다. 듀이(John Dewey)중요하게 되겠다는 욕망은 사람의 본성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깊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임스(William James)인간성의 근저에 가장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욕구는 칭찬받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래도 칭찬을 하면 춤을 춘다고 한다.

   칭찬을 하면 상대는 으쓱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보통 사람들은 칭찬에 인색하다. 그 인색에서 해방되면 사람들에게서 환영을 받는다. 오랜 옛날부터 철학자들은 이러한 인간관계의 기본에 대하여 말했다. 몇 가지만 소개한다.

   (1) “Do to others what you wish to be done by.” “남이 너에게 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을 남에게 하라는 말이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서 1학년 때에는 The Living English Readers란 책으로 영어를 배웠고, 2학년이 되어서는 The Modern English Readers란 책이 영어교과서였다. 책 말미에 영어속담들이 여럿 있었는데, 위의 문장도 거기에 있었다.

  (2) 그 후 비슷한 내용의 문장을 성경에서 읽었다. King James Bible의 것을 옮긴다. “Therefore all things whatsoever ye would that men should do to you, do ye even so to them: for this is the law and the prophets.”(St. Matthew 7, 12.) 한글번역은 대체로 이렇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태복음7, 12.) 솔선하여 모범을 보이라는 황금률인 것이다.

   (3) 논어에도 있다. “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이라고 공자가 말했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아라.” 이 말은 두 번이나 나온다. 하나는 중궁(仲弓)이 인()에 관해서 물을 때의 대답이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이를 실천하면 나라에서나 집안에서나 원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顔淵2.) 다른 하나는 평생토록 행할 만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자공(子貢)에게 한 대답이다.(衛靈公23.)

   (4) 독일어도 있다. 언제부터인지 요즘은 고등학교에서 독일어나 프랑스어를 잘 가르치지 않는다고 하나, 나 때에는 영어는 그렇다고 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독일어나 프랑스어를 배워야했다. 그래 그때 배운 것으로 “Zwingen sie sich, nichts zu zwingen.”이란 격언이 있다. 직역하면, “아무것도 강요하지 말 것을 스스로에게 강요하라.”. 남에게 부담 되는 일을 시키지 말고, 스스로 그 일을 행하라는 말이다. 그러면 평화로운 세상이 온다.

   부언할 것이 있다. 누가 친절이나 호의를 베풀면 예의를 갖추어 고마움을 표시하자. 예를 들면, 길을 묻든지 집을 찾을 때 가르쳐준 사람에게, 혹은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타거나 내리라고 양보하는 사람에게,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문에서 먼저 나가라든지 들어오라고 하는 사람에게, “고맙습니다혹은 감사합니다라고 꼭 말하자! 친절을 베푸는 사람도 기쁘고, 양보를 받는 사람도 좋은 기분을 갖게 된다. 서양 사람들은 고맙다혹은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우리는 그런 말에 아주 인색하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실례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자. 문화인이 되는 길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변변치 못한 글을 읽으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추기: 윗글의 말미에서 변변치 못한 글이란 말이 나와서 얘기다. 전에 변변치 못하다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그의 집에 손님이 왔다. 주인이 손을 보고 하는 말,

변변치 못한 집을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내가 나와 인사를 하자,

변변치 못한 아내입니다.” 조금 있다가 주안상이 나오자,

변변치 못한 술과 변변치 못한 안주입니다. 괘념치 마시고 잡수시면 좋겠습니다.” 하도 주인이 변변치 못하다는 말을 많이 하여, 손은 면괴(面愧)스러워서 무슨 말을 할까 망설이게 되었다. 그때 마침 동산 위로 둥근 달이 떠올랐다. 그래 손이 잘 됐다 싶어서,

달이 몹시 크고 밝습니다.”하였다. 그랬더니 주인이,

뭘요. 변변치 못한 달인데요.”라고 응수하더란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변변치 못한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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