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58) 우도 11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다섯째 방법은 그 사람의 관심사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의 이야기다. 그를 방문하는 사람은 그의 박학함에 놀래기 마련이다. 방문객이 카우보이, 정치가, 혹은 외교관이어도 좋다. 누구든 상관없이 루스벨트는 그들에게 무엇을 말할지 알았다. 어떻게 알았나? 답은 간단하다. 만나기 전날, 그는 밤늦도록 방문객이 특별히 좋아할 주제에 관하여 책을 읽으며 연구했다. 사람의 마음에 접근하는 왕도는 그 사람이 귀히 여기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일찍부터 터득했기 때문이다.

   루스벨트는 제26대 미국 대통령이었지만, 단순히 정치가만은 아니었다. 그는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 박물학자, 역사학자, 작가이기도 했다. 그는 1899년에 뉴욕주지사로 당선되어 그 이듬해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다가 1900년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맥킨리(William McKinley)의 부통령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19013월에서 9월까지 부통령이었다가, 맥킨리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 역사에서 최연소 대통령이 된 것이다. 1904년 대통령에 출마했다. 당선되어 1909년까지 재임했다. 노일(露日)전쟁 후 <포어츠머스평화조약(The Portsmouth Peace Treaty)>에 기여한 공로로 19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루스벨트 이야기가 길어졌다. 상대방의 관심사를 위주로 대화를 하였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니었겠으나, 남들이 그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을 철저히 실천했다. 앞에서 루스벨트가 이야기 잘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영어로는 conversationalist. 웅변에도 능했다고 하지만, 상대방의 관심사에 관하여 주로 말했기 때문에 그런 칭호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예일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던 펠프스(William Lyon Phelps)교수는 한 수필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여덟 살 적이다. 숙모 집에서 중년의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내가 그때 유달리 관심을 갖고 있던 보트에 관하여 장시간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갔다. 나는 그에게 반했다. 무얼 하는 사람인데 보트에 대하여 그리 잘 아느냐고 숙모에게 물었다. ‘보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뉴욕의 변호사라고 했다. ‘그런데 왜 보트에 관해서 그렇게 얘기를 많이 했나요?’하고 다시 물었더니, ‘그는 점잖으신 신사분이다. 네가 배를 좋아하는 줄 알고 너를 즐겁고 재미있게 하느라고 그러신 거다. 네 마음을 맞추기 위하여 그러신 거란다.’ 나는 평생 숙모의 말을 잊지 않고 살아왔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 “상대방이 흥미를 가지는 화제로 이야기할 것을 권한다.”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추기: 조선과 관계되는 루스벨트의 이야기를 보탠다. 19057월에 미국의 육군장관 태프트(William Howard Taft, 후에 미국 27대 대통령이 됨)는 루스벨트의 특사로 일본을 방문했다. 도쿄에서 그는 일본 외상 가쓰라 타로(桂太郞)와 만나 동아시아 정세에 관한 합의각서를 작성했다. <태프트-가쓰라각서>. 미국이 필리핀을 지배하는 대가로 조선에 대한 일본의 지배를 인정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루스벨트의 아시아정책이다. 일본은 청일전쟁(1894)과 노일전쟁(1904-05)의 승리로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했고, 미국, 러시아, 영국 등은 이에 동조했다. 약소국의 비애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슬픈 우리의 역사다. 열강의 각축장에서 끝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우리의 역사다. 일본과 열강을 탓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못났기 때문이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여 일천년 넘게 수시로 전쟁을 하면서도 한 번도 중국에 굴복하지 않은 베트남도 있다. 오정환이 지은 천년전쟁(2017)이란 책을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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