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로 다가선 ‘옻칠회화’_채림전

 

옻칠은 '피어난다'. 처음에는 어두웠던 색상이 점차 밝아지면서 스스로의 빛을 발한다.

 

잔잔하게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마치 고요한 숲속을 거니는 것같이 나뭇잎들이 흔들리고 평온을 가져다주는 수채화 같은 풍경화에 다가선다. 그림에 다가갈수록 파스텔화 같기도 또 반짝이고 윤이 나는 걸 보니 유화 같기도 하다.

 

숲속의 고목에 다가간다. 가까이 갈수록 텍스추어가 보이고 광택이 나타난다. 바로 앞에 다가서서야 물감으로 그린 그림이 아닌 옻칠위에 자개, 진주, , , 호박, 산호, 터키석 등 수 많은 부로치 같은 핀들을 붙여 만든 거대한 나무임을 알게 된다.

 

바람 부는 들판, 잘 익은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것 같은 과수원, 넓은 지평선이 바라보이는 바다. 높은 하늘위의 반짝이는 별들, 광야의 한줄기 불 빛 따라 가는 길에 수많은 나뭇잎 모양의 장식을 이어 붙인 그림이 빛을 발한다.

 

전통은 우리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큰 힘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전통을 바탕으로 또 다른 세계를 펼쳐나간다. 전통공예의 완성도에 채림의 감성적 표현을 시적으로 그려낸 풍경화를 볼 수 있는 전시, 전통을 재해석한 옻칠회화 144'채림: , 삶의 한가운데' (2021. 5.14~ 6.13)가 서울 학고재 본관에서 열리고 있다.

 

채림은 2000년부터 보석 디자이너로 활동한 보석디자이너다. 보석디자이너 채림이 보석 세공에 옻칠을 한 특유의 기법이 '옻칠회화'로 이어진다. 옻칠로 파스텔, 수채화나 유화처럼 그림을 그리며 '숲의 연작'에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대지', '삶의 한가운데' 등 새로운 연작을 선보인다. 종이로 만든 표면에 옻칠을 더하는 지태칠(紙胎漆)기법의 텍스추어가 눈길을 끈다.

 

옻칠은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사용한 가장 오래된 천연 도료 중 하나다. 특히 고려와 조선에서 꽃 피운 나전칠기는 우리의 대표적인 기술이다. 옻칠은 옻나무의 진을 그릇이나 가구 등에 바르며, 옻나무 진을 물건에 바르면 검붉은 빛을 띠고 윤이 난다. 과거에는 일상용품, 공예품 등에 사용됐으나 작업공정이 까다로워 합성도료의 개발 이후 사용이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채림은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 '옻 기술', '칠기 예술'의 귀환과 함께 '옻칠회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전시에서 현대미술로 한걸음 다가선 옻칠의 가능성을 본다. “자유로운 도전과 실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채림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미술 속에서 전통을 재해석하여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 칠기공예는 60, 70년대에 백태원교수가 있는 중앙대, 80, 90년대 김성수교수가 있는 숙명여대, 2000년대 들어와서는 배제대학의 정해조 교수에 의해 이어졌다. 21세기 들어서 세계 현대공예미술시장에서 우리나라 칠기공예는 다른 공예분야를 제치고 최고가를 갱신하는 선호도 1순위의 공예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칠기는 공예의 범주를 뛰어넘어 칠기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색감과 다양한 질감을 통해 현대미술로 다가가고 있다. 천년의 신비로움이 담긴 뿌리 깊은 전통 옻칠기법을 활용한 채림의 옻칠회화'들이 세계미술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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