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57) 우도 10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넷째 방법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흥미 있게 경청하면, 잠자코 가만히 있어도 좌담가(座談家)가 되기도 한다. 희한한 현상이나 그렇다는 것이다.

   『우도저자의 경험이다. 어느 카드모임에 초청을 받았다. 카드를 즐기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하지 않는 어떤 부부와 자리를 같이 했다. 그들은 얼마 전에 저자가 유럽에 다녀온 줄 알고 여행이야기를 듣고 싶다면서 그들도 아프리카를 다녀왔다고 했다. 그래 저자가 인사차 아프리카 여행이 어떠하였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 남편이 근 한 시간동안 쉬지 않고 신이야 넋이야 아프리카 이야기만 하고는 저자의 여행에 관하여는 전혀 묻지 않았다. 그는 자기 이야기만 들어달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잘 들어주면 말하는 사람은 기뻐하고, 듣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한번은 어느 만찬모임에서 유명한 식물학자와 자리를 같이 하였다. 저자는 식물학에는 문외한이었으나, 여러 화초와 작물에 대한 이야기가 새로웠다. 더구나 정원 가꾸기에 대한 그의 아이디어는 작은 정원을 갖고 있는 저자의 흥미를 끌었다. 묵묵히 그저 잘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모임이 끝나 헤어지게 되자, 식물학자는 그냥 여러 가지 말로 저자를 칭찬하더니, “아주 재미있는 좌담가(a most interesting conversationalist)”라고까지 말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일거에 좌담가가 되어버렸다. 우도의 저자이니 식물학자고 뭐고 간에 잘 들었던 것이다. 말하는 것은 듣기를 바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공연을 하는 음악가나, 전시를 하는 미술가나, 운동선수나 모두 잘 듣고, 잘 감상하고, 박수와 환호를 받기 원하는 것과 같다.

   그런 심리를 제일 잘 알아 실행한 사람이 프로이드(Sigmund Freud, 1856-1939)였다고 한다. 그는 정신분석학자다. 사람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아는 것을 실행했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은 서양에도 있는 모양이다. 그를 만났던 사람이 그의 듣는 태도에 관하여 이렇게 말했다.

   “그의 듣는 태도가 어찌나 강력한 인상을 나에게 남겼는지 나는 그를 잊을 수 없다. 다른 어떤 사람에게서 본 적이 없는 듣는 자질을 그는 갖고 있었다. 그처럼 집중하여 듣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처음 본다. 내 영혼을 꿰뚫어 빼앗는 듯했다. 눈길은 부드럽고 따듯했고, 목소리는 낮고 친절했다. 몸짓도 거의 없었다. 내가 좀 나쁜 말을 해도 나에 대한 주의력은 각별했다. 그의 태도는 잘 듣는 사람의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말을 한 사람의 이름은 책에 나오지 않는다.]

   프로이드가 잘 듣는 사람의 표본이라면, 링컨은 반대로 잘 듣는 사람을 옆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의 표본이다. 남북전쟁의 전운이 감돌 때, 링컨은 스프링필드(Springfield, Illinois)에 있는 오랜 친구에게 워싱턴으로 오라는 편지를 썼다. 그와 상의할 문제들이 있다고 했다. 그가 백악관에 오자, 링컨은 노예해방선언의 발표가 옳은가 그른가에 관하여 장시간 혼자 떠들었다. 또 노예해방의 찬반에 관한 편지와 신문기사를 읽고 또 읽고는 멀리서 온 친구의 의견은 하나도 듣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고 한다. 링컨은 자기의 말을 경청하고 동조하는 친구가 필요했던 것이고, 링컨은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던 것이 아닌가 한다.

   강의를 하는 교사나 교수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이 경청하기를 바란다. 내가 아는 어떤 교수의 이야기다. 강의를 듣다가 하품을 하는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 그 학생을 불러 앞으로 나오라고 하고는 칠판에 영어로 “Yawn”이라고 쓰라고 했다. Yawn하품하다는 동사다. 그렇게 쓰자, 거기에 “er”을 붙이라고 했다. Yawner가 됐다. Yawner하품하는 사람이다. 읽으라고 했다. “요어너라고 읽었다. 그러자 그 교수는 그것은 요어너가 아니라 요놈!”이라고 읽는다고 했다. 강의시간에 하품을 하는 학생은 요놈!”이라 불러도 된다는 뜻이다. 다른 학생들은 웃었을지 모르나, 그 교수의 장난(?)은 좀 지나쳤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강의가 재미없고 지루하니, 하품이 나왔을 수도 있다. 아니면 잠을 안 자고 공부를 했기 때문에 졸려 하품이 나왔을 수도 있다. 강의를 듣다가 하품을 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그렇다고 불러내서 요놈!”이라고 읽게 한 교수도 지각이 없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자신의 강의를 학생들이 잘 들어주었으면 하는 기대와 욕심에서 나온 행동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정성껏 듣는 버릇을 길러라.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추어주어라. 그러면 그들은 자연히 당신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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