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49) 우도 2

 

   『友道의 저자는 책이 나오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한다.

 사회생활에 있어서 사람을 어떻게 사귀느냐는 문제는 누구나 부닥치는 문제 가운데 가장 큰 문제다. 무슨 직업이든지 생활의 성공이 되고 안 됨은 거의 이 문제 해결에 달렸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사람과 교제하는 기술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불행이도 전문학교 과정 중에는 교제에 대한 기술을 기를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기술인지 재주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과 사귀는 문제는 성공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중요하지만 학교에서는 그러한 문제를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 저자가 나섰다. 책을 쓴 것이다. 저자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우리 교육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태아교육도 있다지만 그것은 그만 두고, 사람은 나서부터 제일 먼저 어머니에게서 배운다.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일본 육군대장이던 야마시다 도모유키(山下奉文)의 일화를 소개한다.

   야마시다는 태평양전쟁 말기에 필리핀주재 일본군 총사령관이었다. 전쟁이 끝났다. 그는 93(1945)에서야 바기오(Baguio)에서 항복 조인에 서명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포로로서 체포되어 마닐라로 호송되었다. 수용소에 갇혔다. 전쟁범죄용의자로 기소된 것은 109. 기소사유는 부하 장병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임무에 태만하였다는 것이다. (민간인의 살상이 있었다는 이유였음.) 공교롭게도 판결 선고일은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128일이었다. 교수형이 언도되었다.

   다음 해 222, 형장으로 향하는 차 속에서 동반한 효오고 현(兵庫縣)세이까꾸 사(正覺寺)의 주지(住持)인 모리다(森田) 중위가 물었다.

남기실 말씀은?”

인간의 성품의 밑뿌리는 학교에 다니기 전에 자기 집 어머니의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나의 유언은 부인들의 교육을 좀 더 높여서 좋은 어머니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조국에 바랄 뿐이라고 전해 주기 바라네.”

   조용히 그렇게 말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교수대에 올랐다. “생사를 초탈한 그의 가슴 속에는 일본의 재흥은 어머니의 어깨에 달렸다는 신념뿐임을 토로했다.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 지음, 朴在姬 , 太平洋戰爭(동서문화사, 1973) 6, 103-104. 나는 이 일화를 다른 곳에서도 소개하였다. 술의 반란, 252-253.)]

   야마시다의 말이 반드시 옳은 것인지, 또 그가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머니의 교육이 매우 중요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머니는 사람 사귀는기술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은 있다. 미국 제35대 대통령인 케네디(John F. Kennedy)집안의 교육이다. 상대방의 제의를 거절할 적에 영어권에서는 흔히 “No, thank you!”라고 말한다. 그러나 케네디 집안의 교육은 “Thank you!”라고 먼저 말하고, 이어서 “But, no, thank you!”라고 하라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일단 고맙다고 하고 그 다음에 거절의 의사를 말하라는 것이다. 거절의 의사를 먼저 말하면 상대방이 언짢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제의에 대하여 “Thank you!” 등 어쩌고 자시고는 그만 두고, 거절을 잘 한다. 무슨 짐을 들 적에 누가 옆에서, “도와드릴까요?”라고 하면, 나는 으레 아뇨! 괜찮습니다!”라고 말해버린다. 결과적으로는 상대방의 호의를 무시한 행동이나, 나의 입장에서는 남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안 하겠다는 심리다. 일종의 결벽증일 수도 있다. 도와줘도 될 만한 형편이니 도와주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싫다. 상대는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다.

   내가 잘 아는 어떤 교수 이야기다. 나는 그가 “No!”라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그래 그런지 그는 동료와 제자를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인기가 좋다. 友道를 읽고 배웠나? 천성을 그렇게 타고 난 것인가? 그러면 “No!”소리를 잘 하는 나도 그게 천성인가? 나는 오래 전에 友道를 읽었지만, 그걸 소화하지 못하고 그 가르침을 배우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도대체 그 가르침이 무엇인가?

 

최명(서울대명예교수)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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