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0(월)구십이자술 86 (장수 노인의 변명)

 

장수 노인의 변명

     나는 1928년 생이기 때문에 나이를 구십 사 세라고 하는 것이 무난하다. 나이가 많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옛날에는 자기 나이를 부풀리는 것이 관례였다. 하기야 평균 수명이 사십이나 오십밖에 안 되던 시대에 구십이 넘도록 장수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었겠는가.

     위생시설이나 의료시설이 전에 없이 발달된 시대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예정보다도 더 오래 살면서 인생 백 세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말을 막을 수도 없다. 사람이 오래 살면 옛날에는 그것이 오직 그 집안만의 문제였지만 지금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 오래 는 그 사람의 가족이 돌볼 수가 없고 역시 국가가 나서서 시설을 만들고 그들의 삶을 부끄럽지 않게 엮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인간 장수는 그 개인이나 그 집안만의 과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은 장수하는 사람들을 여유만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설이 한 사회안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백 세가 된 노인이 있다면 그를 돌보는 일을 우리 사회 어느 분야에서 책임지고 돌보겠다고 자신있게 선언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벌써 우리나라에서도 백 세 시대를 노래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책은 아직 없다. 나도 올해 나이가 아흔 넷이 되었으니 앞으로 십 년이 채 되기 전에 백 세 시대에 돌입해야 되는데 내가 알기에 우리 사회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나쁘게 말하면 사회의 짐이 되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회갑만 맞이해도 만세를 부르던 집안에서 백 세가 다된 노인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 어정쩡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두리번거리고 있는 존재가 이 시대를 사는 장수하는 노인들이다. 사람은 오래 살아 장수한다는 말을 듣는 것 보다는 적당한 때에 떠나 남을 괴롭히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나는 믿는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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