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2(토) 걱정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 (145)

 

옛날 어느 고을에 앞으로 9년 동안 흉년이 들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하여 민심이 흉흉해지고 백성들이 근심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중에도 유독 한 사람이 “나는 걱정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다니기 때문에 그 소문이 원근 각처에 다 전해져서 그 고을의 원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원님은 하도 이상하게 생각되어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그 자를 불러들였다. 그를 앞에 앉혀 놓고 “네 놈이 9년 흉년에도 걱정이 없다고 했는가?”라고 물었더니 그 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원님이 화가 나서 “이놈아, 네놈은 뭘 믿기에 9년 흉년이 들어도 걱정이 없다는 말을 감히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가 대답하기를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저는 첫해 흉년에 굶어 죽어버리게 될 것이기 때문에 9년이나 굶게 되리라는 걱정은 안 해도 됨니다”라고 하였다.

대단한 사나이였다. 이순신 장군이 위기에 직면하여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살겠다고 마음먹으면 죽게 되고, 죽겠다고 마음먹으면 살게 될 것이다.” 역시 한 시대에 위대한 영웅의 말씀이다. 걱정을 한다고 안될 일이 되지도 않을 것이고, 흉년이 9년이나 이어질 것이라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첫해에 굶어 죽으면 되는 것이지, 9년이나 굶으며 살아서 무엇 하겠는가?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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