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0(일)20년 자고 일어나면(949)

 

20년 자고 일어나면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1783~1859)이라는 미국 작가의 <스케치 북>이라는 작품이 있다. 영국의 전통이나 미국의 전설을 그린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의 모음인데 그 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것이 립밴윙클(Rip van Winkle) 이야기다. 짧은 글이지만 그 내용도 흥미진진하다.

    이야기는 미국의 독립전쟁 전부터 시작된다. 네덜란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사는 립밴윙클은 마누라의 잔소리가 싫어 기르던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는 숲 속으로 들어가 술을 마시며 론 볼즈’(볼링)를 치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잠이 들고 만다. 잠을 깨고 보니 20년의 긴 세월이 흘러 미국은 조지 워싱턴이 혁명을 일으켜 영국의 식민지를 벗어나 새로운 독립국가로 탄생한 뒤였다. 개도 없어지고 들고 왔던 장총도 녹슬고 턱수염도 텁수룩하게 자란 립밴윙클이 마을로 다시 내려왔을 때는 세상이 온통 바뀌어 그가 충성을 맹세했던 영국 왕 조지 3세의 자취는 없어지고 미국 성조기와 실내에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그가 살던 동네에선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 했지만 차차 몇 사람이 그가 립밴윙클임을 알아채고 아들과 딸이 살아있음을 알려 주었다. 잔소리만 하던 마누라는 세상을 떠났고 아이들은 몰라보게 성장하여 있었다. 성인이 된 딸이 그를 돌보아 주었기 때문에 립은 예전으로 돌아가 게으른 생활을 즐기며 여생을 다하게 되었다며 이야기는 끝난다.

    요새 세상이 복잡하니 한 번 잠들어 20년 쯤 후에 일어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다. 코로나는 왜 이렇게도 끈질기게 21세기의 우리를 날마다 괴롭히고 있는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갈 수도 없고 운동시합도 TV로만 본다. 그뿐인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트럼프라는 작자는 지지자들을 선동하여 국회의사당에 난입, 미국 민주주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한 잠 자고 일어났더니 20년의 세월이 흘러 코로나가 뭔지도 모르고 트럼프라는 몹쓸 인간의 얼굴도 보지 않는 세상으로 변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코로나와 트럼프는 우리들 보통사람들에게는 괴롭기 만한 존재들이다. 우리의 팔자는 왜 이렇게 사나운가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하다.

 

김동길

Kimdonggill.com


 

 No.

Title

Name

Date

Hit

1044

2021/01/23(토)사람 팔자 알 수 없다(960)

김동길

2021.01.23

199

1043

2021/01/22(금)Walter Cronkite가 그립다(959)

김동길

2021.01.22

1108

1042

2021/01/21(목)백척간두 (958)

김동길

2021.01.21

1148

1041

2021/01/20(수) 고교생은 왜 천안함 폭침을 모르나(957)

김동길

2021.01.20

1204

1040

2021/01/19(화)어쩌다 미국 정치가(956)

김동길

2021.01.19

1121

1039

2021/01/18(월)구십이자술 51 (프리지어가 피었어요)

김동길

2021.01.18

1170

1038

2021/01/17(일)봄을 기다리는 마음(955)

김동길

2021.01.17

1247

1037

2021/01/16(토)염치가 없다면(954)

김동길

2021.01.16

1283

1036

2021/01/15(금)1억 원 씩 주라(953)

김동길

2021.01.15

1289

1035

2021/01/14(목)한두 마디 더 해야겠다(952)

김동길

2021.01.14

1352

1034

2021/01/13(수)트럼프 파멸 일보 직전(951)

김동길

2021.01.13

1236

1033

2021/01/12(화) 의사의 사명은 또 하나(950)

김동길

2021.01.12

1262

[이전] 1[2][3][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