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7(목)백척간두에 서라(946)

 

백척간두에 서라

    부모가 아들딸에게 마구 나가라라고 가르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뿐 아니라 부모는 자녀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부분 모험을 하지 말라고 일러준다. 그러나 부모의 기질에 따라 아들딸에게 부탁하는 것이 색다를 수는 있다.

    나의 어머니는 본디 아들 둘을 두셨는데 큰 아들은 1945년 해방이 되기 전에 일본 군대에 징집되어 갔다가 돌아오지 못 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 이유로 나의 어머니는 모든 기대를 나 한 사람에게 걸고 사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서 받은 교육은 비겁하게라도 살아라가 아니라 오히려 용감하게 살아라는 것이었다.

    나는 나의 어머니의 부탁이 그런 줄 알고 자랐기 때문에 어떤 일에도 굽히지 않고 용감하게 살았다. 그 험난한 세월에 외아들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는 밤을 어머니는 얼마나 걱정하며 보냈을까. 그러나 걱정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고 들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연세대 총장이 그런 상황에서 나의 어머니를 위로하러 방문 하였는데 남자란 정보부에 끌려가 매도 맞고 고생도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면서 오히려 어머니가 총장을 위로했고 얌전한 총장은 할 말을 잃고 돌아와서 가까운 사람에게 이 일화를 털어 놓았다고 한다.

    백척간두에 서는 일이 어려운 건 맞다. 떨어질 각오를 하지 않고는 감히 백척간두에 올라갈 수가 없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가지 사실은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많은 동지들이 가슴을 벌리고 땅에서 기다리고 있다. 떨어지면 받아주려고. 그러니 어찌 보면 백척간두에 올라서는 것은 매우 안전한 모험이라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라면 모르지만 자유가 크게 화두가 되는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모험도 현명한 처신이 될 수 있다.

    나 또한 백척간두에 서고자 하는 욕망은 지금도 변함없이 내 가슴 속에 웅크리고 있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내 말을 듣고자 하는 이들이 있으니 주위와 상관없이 유튜브에서도 내 말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내 나이를 생각할 때 모험은 앞으로 별로 하지는 못 하겠지만 이 겨레를 믿고 용감하게 풀숲을 헤치며 오늘까지 살았다고 할 수 있고 그 기상은 가슴 속에 늘 그대로 살아 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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