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2(월)구십이자술 37(그는 수재였다)

 

그는 수재였다

    90이 넘도록 오래오래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대개는 첫 인상으로 상대방의 사람됨을 알 수가 있다. 어찌 보면 그런 능력도 타고나지 않고는 간직하기 어렵다.

    내가 만난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이 사람은 수재다라고 느껴진 인물은, 한 시대를 그 누구보다도 유명한 인물로 살고 간 주요한이다. 그는 골격이 재능 있는 사람으로 생겼다. 그와 깊은 교제를 가진 적은 없고 이화여자대학 출신의 재원으로 소문났던 그의 딸과 연세대 다닌 그의 아들을 잘 알고 있을 뿐이다.

    주요한이 얼마나 재치 있는가 하면 한번은 종로구에서 출마한 적 있다. 그때 내세운 표어가 지금은 주요한 시대였다. 그 캐치프레이즈를 한번 보고 잊어버린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선거에서 낙선하였다.

    문인으로 많은 시작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이 시 한 수는 내가 평생 즐겨 읊어보는 글들 가운데 하나이다.

 

                                       기다림

 

                       오늘 밤 밝은 달은 그 빛으로

                       문 앞 좁은 길을 희게 비추고,

                       꿈 같은 나무 그림자 벽에 움직여

                       슬퍼하는 나의 마음 끄읍니다.

 

                       님이여 이런 밤에 나는

                       사람 없이 풀만 돋은 그 길가에,

                       흐르는 밝은 달을 마시면서

                       안 오는 그대를 기다립니다.

 

                       벌레 소리 외로운 나를 둘러쌉니다.

                       바람이 뺨을 스치고 날아갑니다.

                       그때 나는 그대만을 생각하고 만족하여

                       흰 길을 보고 또 찬 달을 향하여 웃습니다.

 

    출중한 시 한 수라고 못 박기는 어렵지만 사랑에 고민하는 한 젊은이의 심경을 의미심장하게 묘사한 글 같아서 나는 이 시를 가끔 읽어본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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