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7(월)구십이자술 26 (나의 친구, 이근섭)

 

나의 친구, 이근섭
      혼란하던 해방 후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항상 가까이 있었던 친구가 한 사람 있다.  그가 이근섭이다. 그의 아버지는 감리교의 목사이고 여러 해 연세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분이었는데 뒤는 감리교회 전체의 감독으로 선출된 분이었다.

     이근섭과 나는 함께 연세대학교 영문과에 다녔는데 집도 가깝고 생각도 비슷해서 학교도 같이 다니고 산책도 같이 하는 등 우리는 늘 붙어 다녔던 것 같다.  그는 예상보다 빨리 백발이 되어 그의 모습은 학 한 마리를 연상하게 하였다. 성품이 고결할 뿐 아니라 목사 아들로서의 교양과 기품이 그에게는 있었다.
     학창 시절에 내가 잘못 됐다고 여겨지는 다른 학생과 싸움이 붙으면 그는 항상 내 곁에 있었는데 내 가방을 들고 지켜 서서 마음으로 내가 이기기를 간절히 기도했을 것이다. 대개는 내가 이겼지만 한번은 권투 국가대표선수 주상점과 붙어 내가 되게 많이 맞은 적이 있다. 힘으로는 권투선수가 이겼지만 내 주장이 옳다는 것을 시인하고 주상점은 나중에 나를 찾아와 사과하기도 하였다.
     그 모든 과정에 이근섭은 내 가까이에서 나를 마음으로 지켜 주었다. 6.25 사변이 터져서 남으로 피난을 갔다가 잠시 서울에 돌아올 때에도 이근섭은 나와 함께 있었고 50년 겨울에 징집되어 국도도 아닌 산길로 강행군을 하여 창경원에서 부산까지 걸어서 갈 때에도 그는 나와 함께였다. 아마 그렇게 가까운 친구를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처럼 생긴 그는 나보다 오래 살 것 같더니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슬픈 일이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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