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0(수) 올 테면 와라 (747)

 

올 테면 와라

     윤회의 사상을 믿는 종교도 있다. 그런 뜻을 가지고 원효는 이렇게 읊었다. “태어나지 마라, 죽는 일이 괴롭다. 죽지 마라, 다시 태어나는 일 또한 괴로우니라태어나는 일과 죽는 일이 사람의 마음대로 되겠는가. 다른 생명체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 사람들을 나는 무한한 연민의 정을 품고 바라본다.

     화장실에 가서 앉아 있을 때 가끔 바퀴벌레가 기어가는 것을 본다. 몇 년을 살았는지 모르지만 엄청나게 크다.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전깃불을 켜면 갑자기 나타난 대형 바퀴벌레는 숨어 버린다. 그런데 나는 이런 고얀 놈을 그대로 두고 일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늘 가까이 두고 있는 파리채를 손에 잡는다. 그리고 장기전에 돌입한다.

     어느 구석에 숨어버린 바퀴벌레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끝까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에는 내가 파리채로 구석을 쑤셔본다. 나의 돌격에 깜짝 놀라 나와서는 정신없이 내 앞을 달려간다. 내가 그걸 그대로 보고만 있을 사람 같으냐. 앉은 자리에서 파리채로 갈기면 이 놈은 아마도 벼락이 떨어진 줄로 잘못 알고 있을 거다. 나이에 비하여  나는 민첩하여 대개 어김없이 명중시키고 바퀴벌레는 존재에서 비존재로 그 순간에 유명을 달리 한다.

     나는 마음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띠며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의기양양하여 화장실을 나와서 하루 일을 시작한다. 살생을 감행한 몸이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나는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그런 식으로 내 인생을 살 것이다. 바퀴벌레야 올 테면 와라.


김동길

Kimdonggill.com


 

 No.

Title

Name

Date

Hit

918

2020/09/19(토) 코로나는 언제쯤(852)

김동길

2020.09.19

352

917

2020/09/18(금)희랍 여신의 머리가 아닐까(851)

김동길

2020.09.18

1089

916

2020/09/17(목)사람 팔자 알 수 없다(850)

김동길

2020.09.17

1248

915

2020/09/16(수)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849)

김동길

2020.09.16

1201

914

2020/09/15(화)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848)

김동길

2020.09.15

1165

913

2020/09/14(월)구십이자술 33 (어느 새벽의 변란)

김동길

2020.09.14

1219

912

2020/09/13(일)골프장의 평등 (847)

김동길

2020.09.13

1274

911

2020/09/12(토) 어쩌다 캘리포니아가 (846)

김동길

2020.09.12

1263

910

2020/09/11(금) 난세에만 살다보니(845)

김동길

2020.09.11

1262

909

2020/09/10 (목) 땅굴 탐사 45년 (844)

김동길

2020.09.10

1234

908

2020/09/09(수)미국의 대선은 어떻게 되나(843)

김동길

2020.09.09

1271

907

2020/09/08(화)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할까(842)

김동길

2020.09.08

1338

[이전] 1[2][3][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