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0(금) 어떤 영어 교사의 충고 (620)

 

어떤 영어 교사의 충고

내가 스물네 살 때  나는 부산으로 피난하여 어렵게 개교한 진명여중에 영어교사로 취임한 적이 있다. 당시의 진명여중의 모습은 처량하다 못해 한심하였다. 보수동에 있는 큰 창고를 하나 얻어 칸막이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교무실도 따로 없어서 강의하는 내용을 그 창고 안 어디서나 들을 수가 있었다.

 

나와 같이 그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박격흠'이라는 선배 교사가 있었는데, 그는 일본의 영어학교로 유명한 '정칙학교'출신으로 아마도 나보다 삼십 년은 선배였던 것 같다.

 

언젠가 내 시간을 끝내고 그 박 선생이 앉아있는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가 정중한 표정을 지으며 "김 선생, 아까 교과서를 읽을 때 'briny''브리니'라고 발음하던데 그 말이 'brine(소금물)'이라는 말에서 나온 형용사이기 때문에 'briny'는 반드시 '브라이니'라고 발음해야 해"라고 일러주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70년이나 되는 옛날의 일이건만 아직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그 후 나는'briny'라는 단어를 '브리니'라고 발음하는 일은 절대 없고 '브라이니'라고 발음한다. 그리고 그 낱말이 나올 때마다 나는 선배 영어교사 '박격흠'을 생각하게 된다. 그는 비록 내게 그 단자 하나 밖에 평생에 가르친 것이 없지만 내 마음 속에 그는 내 스승으로 남아있다. 인생이란 그런 것 아닌가.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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