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30(토) 내가 처음 비행기를 탄 것은 (579)

 

내가 처음 비행기를 탄 것은

19551130일 오후 215분이었다. 그 당시 내가 갖고 다니던 작은 성경책 한 귀퉁이에 그렇게 적혀있으니 아마도 사실이겠지.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비행장은 미군들이 사용하던 여의도 공항밖에 없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도 생기기 이전이라 서북항공(Northwest Airlines) 하나뿐이었다. 비행기를 타는 모든 승객들의 전송은 당시에 반도호텔이라고 불리던 지금의 롯데호텔 앞에서 작별의 인사를 나누는 것이 고작이었고 떠날 사람들만 정해진 버스를 타고 여의도로 향하였다.

 

당시 나는 연희대학의 전임강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던 때였다. 내 친구 이근섭도 나와 있었고, 나와 가깝던 시인 노천명도 작별의 인사를 나누러 그 자리에 왔었다. 내가 진명여고에서 가르치던 학생들 중에 이양자, 설영희, 김은숙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도 기억된다. 아득한 옛날의 일이다.

 

그 당시에 노스웨스트는 미국으로 직행하는 비행기가 없어서 일본 도쿄에서 하루 묵으며 그곳에서 사람들을 더 태우고 그 다음날 시애틀로 가게 되어 있었다. 그 당시 일본의 도쿄는 우리의 서울보다 열 배는 더 개명한 나라같이 보였다.

 

일본의 천황이 거주하는 궁성의 '니주바시'가 가까운 곳에 있는 '치요다호텔'에 묵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다음날 하네다 비행장으로 가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하였다. 12월에 접어들어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애틀의 야경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온 것을 일러주는 찬란하고 요란한 모습이었다. 64년 전 11월 30일이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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