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7(목) 무위도식 (556)

 

무위도식

군사 정권 하에서 유신체제가 강요되던 험난한 세월이 있었다. 그 당시 비록 공부는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정치꾼으로서는 매우 유능한 젊은이 한 사람이 긴급 조치를 위반한 죄로 감옥에 갇혀 있었다. 검사가 이 피고인을 고발할 때마다 나오는 한 마디가 있었다고 들었다. “피고인은 무위도식하는 자로서....” 라는 말인데, 이 피고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몹시 상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어떤 조그마한 정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보잘 것 없는 정당이라 정치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서 자기가 나서서 버려진 병이나 깡통, 때로는 폐지 등을 모아서 파는 일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을 어쩌자고 무위도식하는  자라고 악평을 했던 것인가.

 

육십 년 가까운 옛날에 있었던 일이지만, 요새 나는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하며 열심히 살던 그 사람이 가끔 생각이 난다. 며칠 그와 같은 감방에 있었던 경험이 있는데, 그 사람은 머리도 좋고, 노래도 잘 불렀다.


마이크가 없는 상황에서도 마치 무대에서 공연하는 가수처럼 포즈를 취하면서 노래를 부르던 그 유능한 사나이는 그 정권에 의하여 그렇게 시달렸는데 오늘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는 것을 보면 그의 꿈을 크게 이루지 못한 것이 확실하다.

 

나라도 그의 이름을 알려 주어야겠다. 황길용이라고.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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