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2(토) 웃음으로 한평생 (551)

 

웃음으로 한평생

조선조 5백년을 지배한 선비들은 대개 근엄한 사람들이었다. 사서삼경으로 삶의 하루하루를 다졌을 뿐 아니라, 삼강오륜으로 뜻을 세운 사람들이라 근엄하기 짝이 없었다. 출세하면 조정에 나아가 임금을 보필하고, 정변을 당하면 사랑방에서 시조나 읊조리면서 억울한 마음을 달래기에 급급하였다.

 

대개 선비들은 안방으로 들어가는 일도 많지 않았다. 물을 한잔 마시려고 부엌으로 들어가는 선비는 없었던 것 같다. 대를 잇는 아들이 태어나면 안방으로 들어가 그 아이를 안아보고 싶었겠지만 대장부의 체면을 지키기 위하여 어린 아이를 얼리거나 흔들어주는 일도 없었다고 들었다. 우스개소리나 늘어놓은 선비는 선비의 반열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해방이 되고나서 내가 만나본 어느 어른 한 분은 시골 보통학교의 교장이었는데, 인물도 잘 생기고 허우대도 좋은 어른이었다. 그는 내 아버님의 친구였는데, 아버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교장이 얼마나 웃기는 사람인 줄 아느냐?” 어떤 사람을 만나도 한번 통성명 하고나면 곧 그 교장은 내 아들 이름과 꼭 같다라고 한마디 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 만나는 사람마다 그렇게 말을 해서 기를 꺾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라. 사실은 모르지만 아들과 이름이 같다는 말을 듣고 기가 죽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이는 그렇게 한평생을 사람들을 웃기면서 살았다. 요새 세상에 태어났다면 문재인 밑에서 국무총리 한 자리는 했을 것이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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