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사람들 -김동길의 인물에세이- (94) 최불암

 

 

최불암의 본명은 최영한이다. 최불암이라는 이름 석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알지만 최영한이라고 하면 모를 사람이 많다. 그는 1940년 명문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 해 615일 그가 인천에서 출생했을 때 외아들이었고 그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의 집안은 독립운동가를 여러 명 배출한 뼈대 있는 가문이었고 그는 그런 긍지를 한 평생 지니고 살았다. 그의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는 집안의 형제들을 돕기 위해 중국 땅에 갔는데 최불암은 그 때 어머니 뱃속에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해 큰 돈을 번 그의 아버지는 해방이 된 뒤에야 인천 집에 나타났는데 그가 타고 온 말 안장에는 현금과 보석이 잔뜩 들어 있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최불암이 아주 어렸을 적에 영화사를 시작했던 아버지는 제작한 영화가 시사회를 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의 어머니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안고 집안 살림을 꾸려 나가야만했다. 그의 어머니는 생활을 하기 위해 명동에 은성이라는 식당을 하나 열었다. 서울 장안의 명사들이 그 집에 드나들게 되었고 그들의 모습이 어린 최불암에게는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

 

최불암을 TV 탤런트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의 본업은 연극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공연하기도 하였다. 연극배우로 즐겁지 않은 젊은 날을 보내다가 27세가 되어서야 KBS의 공채탤런트로 데뷔하여 김종서 장군의 역할을 하였고 그 뒤에는 MBC로 옮겨 1공화국’, ‘2공화국에 출연하였으며,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역할을 멋들어지게 연기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내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는 20년 이상 방영된 전원일기20년 가까이 방영된 수사반장으로 명성을 떨친 뒤였다. 나보다 12년 아래인 최불암은 묘한 인연으로 매우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 그 동기는 현대건설의 신화적인 창업자 정주영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이미 60대에 접어들었고 그는 50대였다고 기억한다. 정주영이 어느 날 나를 만나자고 하여 서울 시내를 벗어나 으슥한 곳에 있던 그의 별장에서 만나 의형제가 되었다. 그 후 나는 그가 만든 정당 통일국민당의 최고위원이 되어 강남 갑에서 출마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주영은 최불암이 전국구로 출마하여 국민당을 빛내 주기를 바랬다.

 

그런 연고로 하여 최불암과 나는 전국적으로 벌어진 유세활동에도 함께 참여하였고 그해 통일국민당은 크게 성공하여 40명 가까운 국회의석을 차지하는 군소 정당으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이었다. 나는 최불암의 얼굴과 그의 표정을 좋아한다. 머리도 잘 빗지 않고 옷차림이 결코 깔끔하지도 않은 그의 투박한 얼굴이 나는 좋다.

 

아마도 대한민국 땅에 최불암을 싫어하는 한국인은 한 사람도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의 투박한듯한 얼굴에는 정다움과 의로움이 섞여 조화를 이루었고 나이가 들어도 보기 좋은 대표적인 한국인의 얼굴이다. 그 얼굴은 한국인이 더가까이 하고 싶은 얼굴이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그를 집으로 초청해 점심이라도 같이 하고 싶을 것이다. 정말 멋있는 얼굴이다.

 

부인 김민자는 자주 볼 기회는 없었지만 언제 어디서 만나도 항상 상냥하고 겸손하고 최불암의 배필로 매우 적합한 여성이다. 최불암이 한 평생 연예인으로 살면서 한 번도 스캔들에 휩싸인 적이 없으니 얼마나 대단한 사나이인가. 영화계에는 그런 사람이 또 한 사람 있다. 그의 이름은 신영균이다.

 

나는 최불암의 학력을 알아 본 적도 없다. 그가 대학 교육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도 모른다. 오늘 80이 된 최불암의 모습은 더 멋있다. 투박한 한국인, 성실한 한국인, 정의감에 넘치는 한국인, 나는 그를 볼 때마다 그런 느낌을 갖게 된다.

 

요새도 그가 출연한 한국인의 밥상은 한 번 채널을 맞추면 나는 끝까지 본다. 그는 나이가 먹어도 보기 좋다. 은근하다, 소박하다, 문자 그대로 멋있는 한국인이다. 나는 내 나이는 생각도 않고 최불암의 나이가 이미 80이 넘었다는 사실을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한국의 농촌, 어촌을 두루 다니면서 시골 사람들과 밥상을 함께 하고 식사를 하는 그 모습은 문재인이 조국을 끼고도는 한심한 작태와 비교할 때 그보다는 백배, 천배 더 아름답다고 느낀다. 최불암으로 한평생을 살고 가는 최영한의 그 모습을 생각하면 송시열의 시조 한 수를 읊조리게 된다.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 절로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이 중에 절로 난 몸이 늙기조차 절로 하리

 

나는 그와 한 시대를 같이 살아온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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