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9(금) 이 중에 절로 난 몸이 (466)

 

이 중에 절로 난 몸이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그 중에 절로절로 자란 몸이 늙기조차 절로하리

 

조선조 주자학의 대가였던 송시열이 읊은 시조 한 수이다. “늙기조차 절로하리라는 한 마디는 모든 노인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그렇다.

 

70회 생일을 맞았을 때 나는 이제부터는 과외의 생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7080대도 비교적 건강하게 보냈다. 그러나 90세가 넘으면서 오래 산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매우 괴로운 일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90세가 되기까지는 팔다리의 힘은 많이 빠졌지만 눈은 잘 보이고, 귀도 잘 듣고, 임플란트는 몇 개 해 넣기는 했지만 아직도 씹는 일에 지장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러나 발가락에 화상을 입고 나서는 건강이 여간 위축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팔을 붙잡지 않고는 10분도 걷기 어렵고 갈 길이 멀면 휠체어를 탈 수밖에 없다. 발가락은 거의 다 치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간호사가 집에 와서 치료를 해 주어야 하는 신세이다.

 

송시열의 인생에 어느 때 이 시를 읊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80세가 넘어 산수간에 나도 절로라고 할 수 있었다면 그는 나보다도 훨씬 건강한 사람이었겠다. “늙기조차 절로하리라고 한 마디 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 나는 칠십 리 강행군도 하고, 설악산 대청봉에도 오르던 그날들을 회상하며 그리워하는 한심한 노인이 되어 노쇠 현상을 참으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그것이 나의 고백이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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