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5(금) 손자 망령 날 때까지 (431)

 

손자 망령 날 때까지

옛날 시골에서는 허리가 굽은 할머니들이 많았다. 그 옛날에도 할아버지 보다는 할머니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60세를 넘기기기 상당히 어려웠다. 그리고 망령이 난 늙은이들이 드물긴 했지만 시골 마을에서도 더러 눈에 띠곤 하였다. 망령 난 어느 집 할머니는 채소밭에 비료를 준다는 걸 장독대에서 된장을 퍼다가 비료로 준 일도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는 며느리를 효부라고 하였다.

 

당시 시골 사람들에게 가장 지독한 악담이 너의 손자 망령 날 때까지 살아라라는 욕이었다. 요즘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알츠하이머라는 무서운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그래서 노후를 두고 한 개인의 가장 큰 걱정이 치매에 걸리면 어떡하지라는 것이다.

 

어떤 일본 작가의 작품 중에 <황홀한 사람>이라는 책이 있는데, 망령난 시아버지를 돌보는 어떤 집 며느리의 이야기이다. 그 책에는 가장 황홀한 삶을 사는 사람은 그 며느리의 돌봄을 받고 사는 그 시아버지라는 것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환자처럼 행복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와 같이 다시 순진해져서 부모를 의지하고 주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고 살았던 어렸을 때처럼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옛날 농촌에서 60세가 넘어 70세를 바라볼 때까지 사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했는데 오늘의 주제로 보면 망령이 난다는 일이 얼마나 저주스러운 일인가를 잘 알면서도 미운 사람에게 너의 손자 망령 날 때까지 살라고 하는가? 세상에서 제일 못된 욕이 아니겠는가.

 

김동길

Kimdongg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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