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1(토) 친구 생각 (376)

 

친구 생각

친구가 아주 없는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친구가 아주 많다는 사람은 친구가 아주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있다. 내가 평양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에 친구가 몇 사람 있었는데 조순, 조용서가 아직 남아 있을 뿐 다른 친구들은 우리 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Charles Lamb“Old Familiar Faces"를 가끔 회상하며 만수대의 그 세월을 그리워한다.

 

우리가 해방 후 연희대학교에 입학하여 치원관이라는 목조 건물에서 강의를 받았는데 일제 말기에는 다른 대학에서는 문과 지망생은 모집하지 않았던 탓에 많은 젊은이들이 연희대학으로 모였다. 문과에 입학하고 보니 나이도 나보다 많고, 실력도 나보다 뛰어난 극작가 차범석도 거기 있었다. 정부가 수립된 뒤 외무부에 취직한 박영교, 임명진, 그리고 학부에 올라가서야 만나게 되었던 전상진, 이병용 등이 다 쟁쟁한 친구들이었다.

 

처음에 우리가 다니던 치원관을 기념하여 차범석, 임명진 양영대군의 후손 이황, 목사의 아들 이근섭, 그리고 농구선수 황재구, 그리고 아버지가 중추원 참의를 지냈다는 권태선등이 한 달에 한 번씩 조선호텔에서 모였었는데 이젠 임명진과 나만 남았다. 이황은 병에 시달리느라 나오지 않아 그의 얼굴을 본지도 아득한 옛날이 되었다.

 

월파 김상용의 오고가고 나그네, 그대와는 잠시 동행이 되고라는 시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그렇게 흩어지고 나니 다시는 만날 길이 없어 늘 아쉽게 여겨진다. 하늘나라에서나 다시 만날까?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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