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3(화) 뒤를 보다(358)

 

 뒤를 보다

엉뚱하게 짓궂은 사람 하나가 시내 소공동에 있는 조선호텔에 가서 그곳에서 일하는 젊은 여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뒷간이 어디냐?” 그 젊은 여성은 뒷간이라는 낱말을 알 수가 없었다. 그 여성이 되물었다. “뒷간이 뭐예요?” 이 괴짜가 그 젊은 여성에게 큰 소리로 일러 주었다. “뒷간도 모르냐? 화장실이 어디냐. 그런 말이다.”

 

옛날에 우리 조상들은 화장실을 뒷간이라 하였다. ‘뒤를 보는 공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작은 것은 아무데서나 처리할 수 있지만 큰 것은 반듯이 특정 장소를 찾아가야 한다. 거기 앉아서 뒤를 보는 것이 관례였다. 뒤를 보는 것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일이기도 했다. 대변의 빛깔이  좋지 않으면 자기 몸에 무슨 병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에 뒤만 보면 안 된다라는 말도 있다. 앞을 볼 생각을 안 하고 지나간 일에만 집착하면 크게 문제가 된다. 역사 공부는 필요하지만 과거에만 집착하면 전진하기 어렵다. 사람은 때때로 과거를 잊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의 한국이 아직 일제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일제 잔재 청산’이니 따위의 구호를 내걸고 과거를 문제 삼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다 허비한다면 우리들의 현실은 무슨 꼴이 될 것인가.

 

나는 전 베트남의 주석 호찌민이 죽기 전에 베트남 사람들을 향하여 과거를 문제 삼지 말라고 가르친 사실을 높이 평가한다. 오늘의 베트남은 과거 베트남 전쟁 때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받은 쓰라린 경험들을 다 뒤로 미루고 함께 손잡고 일하자고 제의함으로서 베트남의 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뒤를 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는 앞을 향해 돌진해야 할 때가 왔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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