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3(토) 아들딸이 있어도 (348)

 

아들딸이 있어도

요즘 젊은이들은 모르는 게 한 가지가 있다.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어들이고 무리하게 재물을 빼앗는다는 가렴주구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납세의 의무가 매우 심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대한 의무가 하나 있었다면, 그것은 시집가고 장가가는 일이었다. 모든 남녀는 그 의무를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만 했다.

 

그런데 딸만 낳아 가지고는 그 의무를 다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부모들이 많이 있었다. 아들을 낳지 못한 부인은 남편이 외도를 해서라도 아들을 하나 마련해 오기를 기대 했다. 딸만 다섯 또는 여섯을 둔 사람들도 있었는데, 혹시나 하고 낳으면 또 딸, 또 한 번 노력해도 또 딸을 얻은 결과였다.  내가 잘 아는 이화여대의 박준희 교수는 딸 셋을 낳고 아들 갖기를 포기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었다. 딸 삼 형제가 모두 예쁘고, 머리가 좋아 어디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자랑스러운 딸들이었다.

 

그러나 박준희 교수의 홀로 되신 어머니는 저녁상을 물릴 때마다 이 집안은 이제 망했구나라고 날마다 되풀이 하며 탄식을 하니 효성이 지극한 그 아들이 마음이 괴로워서 아름답고 착한 부인에게 이일을 어쩌면 좋지라고 호소 아닌 호소를 했다고 한다. 그 부인이 대답하기를 또 한 번 노력을 해보아야지요라고 찬성의 뜻을 표하여 드디어 꿈이 일단락 이루어졌다. 드디어 그 부인이 임신을 하였다. 그러나 이일을 어쩌면 좋을까?” 낳고 보니 쌍둥이 딸, 그리하여 그 집에는 딸이 다섯이 되었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 아들딸을 구별하지 않을 뿐더러 도대체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도 않으니 지금 있는 아들딸들만 가지고 인류의 장래를 꾸려나가야 하나? 이래저래 호모사피엔스는 이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지고 마는 것인가. 설마 그런 세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김동길

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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