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9(화) 구악을 일소하고 (295)

 

구악을 일소하고

 이 표어는 5.16 군사 쿠데타에 혁명주체가 내놓은 혁명 공약 가운데 하나이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구악을 일소하겠다고 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 정권은 18년 동안 권력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구악은 과연 일소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때도 유행했던 말이 신악이 기승을 부려 구악이 무색하다는 농담도 나돌았던 사실을 생각하면 구악을 일소하지 못하고 그 정권도 불행하게 끝난 것 같다.

 

 나는 모든 권력이 진심으로 부정과 부패를 뿌리 뽑고 싶어하는 사실을 시인한다. 혁명을 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그런 모험을 했을 터인데 그들의 가슴 속에 구악을 일소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다만 구악은 수백년을 두고 이 나라의 정치 속에 스며들어 왔기 때문에 짧은 시일에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나는 오히려 권력을 잡은 사람들에게 제발 과거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려고 하지 말고 집권한 그날부터 부정과 부패가 없는 깨끗한 정치에 힘쓰기를 바란다고 부탁하고 싶다. 과거를 들추어내서 오늘을 바로잡는 일에 과연 무슨 도움이 된 것이 있는가.

 

  오늘도 두 사람의 대통령이 감옥에 갇혀 있다. 구악을 일소하기 위하여 또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하여 그래도 국민 이 뽑은 가장 큰 어른으로 행세하던 이들을 좁은 감방에서 명절을 보내게 했단 말인가. 국민 모두에게 있어서 매우 우울한 세월이 아닐 수 없다. 구악도 적폐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 정권이 끝날 무렵에는 과연 부정부패의 뿌리가 뽑히는 것일까?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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