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8(금) 인걸은 간데없네 (284)

 

 인걸은 간데없네

 고려 말에 삼은이 있었다고 한다. 야은 길재,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 이들 세 사람의 호에 이라는 한자가 공통적으로 들어 있었기 때문에 이들 세 분 선비를 우러러 보는 후진들이 그 어른들을 존경하는 뜻에서 삼은이라 부르게 된 것 같다. 그 중 야은 길재가 이렇게 읊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보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벼슬이 성균관 박사에 이르렀던 야은은 새로 등장한 조선조에서 또 그를 다시 벼슬자리에 모시려 했지만 끝까지 거절하고 이런 시 한수를 남기고 떠났다.

    

 500년 가까이 이어온 고려조가 불행하게도 다 무너지고 새로운 왕조가 들어섰다. 길재는 말을 타고 고려의 옛 도읍지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송학산과 예성당은 그대로 있는데 잘난 사나이들은 다 어디를 가고 없는가. 그래도 임금을 모시고 태평성대를 노래하던 그 시절과 돌아오지 못하는 그 날들이 그립기 짝이 없다. 그 시절을 되새기고 이 시조 한 수를 읊으면서 떠난 길재의 허전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대에는 산도 그대로 있지 않고, 강물도 그대로 흐르지 않지만, 길재가 살던 그 시대만 해도 산천은 옛날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시인 테니슨과 함께 우리들도 돌아오지 못하는 날들을 생각하며 눈물겨워 하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김동길

Kimdonggill.com

 

 


 

 No.

Title

Name

Date

Hit

512

2019/08/23(금) 사랑했던 여인들(480)

김동길

2019.08.23

124

511

2019/08/22(목) 교도소에는 대머리가 없다 (479)

김동길

2019.08.22

715

510

2019/08/21(수) 역지사지 (478)

김동길

2019.08.21

835

509

2019/08/20(화) 촛불 시위가 나라를 움직였는가? (477)

김동길

2019.08.20

931

508

2019/08/19(월) 문재인은 반성하라 (476)

김동길

2019.08.19

1051

507

201908/18(일) 신앙과 교양은 병행해야 한다 (475)

김동길

2019.08.18

888

506

2019/08/17(토) 때리는 사람, 맞는 사람 (474)

김동길

2019.08.17

1117

505

100년의 사람들 -김동길의 인물에세이- (87) 김종영

김동길

2019.08.17

582

504

2019/08/16(금) 내가 기억하는 의사(473)

김동길

2019.08.16

955

503

2019/08/15(목) 의사들을 생각하는 환자들의 모임 (472)

김동길

2019.08.15

863

502

2019/08/14(수) 무엇을 위해 우리는 사는가?(471)

김동길

2019.08.14

1097

501

2019/08/13(화) 내가 아베 신조라면 (470)

김동길

2019.08.13

1433

[이전] 1[2][3][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