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3(토) 조용하게 살다가 (187)

 

조용하게 살다가

이런 시조가 한 수 생각난다.

      이 보오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소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

      늙기도 서럽거늘 짐을 조차 지실까

 

익숙지 않은 표현이 한두 곳 있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나이든 사람이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거리는 모습이 하도 민망하여 어떤 젊은이가 그렇게 읊었을 것이다. 젊은 사람은 무거운 짐도 져야 하고, 위험한 일도 해야 하고, 집도 지어야 하고, 길도 내야하고, 전쟁이 터지면 싸움터에도 나가야 마땅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그런 일들을 하기 어려워진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적어도 나의 경험대로 하자면 65세 정년퇴직을 하면서부터 노인의 반열에 참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분명히 노인이  되었지만 100세 시대를 바라본다면서 여전히 많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더러 보게 된다. 나는 주로 나의 경우만을 중심하여 이야기 하는 것이니 오해가 없기 바란다.

 

어느 때 부터인가 나는 조용히 살고 싶고 내가 살고 간 흔적도 남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Alexander Pope 의 시 ‘Ode on Solitude’에 마지막 한마디처럼 나 누운 곳에 돌 하나도 없기를 바란다는 그 말이 내 가슴에 와 닿는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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