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9(일) 가 본 일도 없으면서 (111)

 

<실낙원>이나 <복낙원>을 쓴 영국 시인 존 밀턴, 또는 <신곡>을 펴내면서 “지옥”, “연옥”, “천국”에 관해 서술한 이탈리아의 단테 알리기에리는 신앙적 확신이 있어서 그런 서사시를 읊은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다분히 정치적 동기가 있어서 그런 시를 남겼다고 나는 생각한다.

수많은 목사나 전도사가 마치 그곳에 다녀온 경험이라도 있는 듯이 천국과 지옥을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면 가소롭다고 느끼게 된다. 천국이나 지옥의 문전에 까지 갔다가 돌아왔다는 사람들은 더러 있다고 하지만, 그곳을 둘러보고 왔다는 자는 이 지구상에 단 한사람도 없다.

엄마가 아기를 잠들게 하기 위해 자장가를 부르듯이 교인들의 지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 또는 정신을 차리고 고달픈 세상살이를 하라고 천국과 지옥을 말하는 전도자는 있어도 그것을 듣는 우리에게 실감을 주지는 못한다. 그런데 가끔 생각하면 천국과 지옥은 반드시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최후의 심판이 있어서 선량하게 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은 천국으로 가고 고약하게 사는 인간들은 지옥으로 가는 일이 있어야 인생사를 매우 억울하게 느끼는 사람이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한 가지 뿐이다. 천국을 논하기에 앞서 천국에 들어 갈 만한 사람이 되자. 그리고 지옥을 말하기 전에 지옥에 가지 않아도 될 만한 사람이 되자.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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