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8(수) 내 이야기는 그만하고 (100)

 

100일 동안 매일 같이 내 이야기만 하다 보니 내가 또 한심하게 느껴진다. 내가 타고난 이야기꾼(storyteller)이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이야기를 웃으며 받아드리는 소수가 있다는 것을 내가 안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할 수만은 없다. 그리고 내가 이제 만 90이 다 되어가는 이 나이에 더 해야 할 내 이야기가 어디 더 있겠는가?

Billy Graham이 93세가 되어 마지막으로 써서 남긴 책 제목이 (본향 더욱 가깝다)인데 나도 그런 느낌이 날마다 더욱 짙어가고 있기 때문에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로 낭비할 시간의 여유가 없다. 아버지 어머니는 벌써 이 세상을 떠나고, 누님도 저 세상으로 가고, 여동생들도 다 시집갔으니 이 큰집에서 나 혼자 남아 조그마한 나만의 왕국을 마련하고 그 왕국에 내가 왕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것은 내 세상이다(This is my world)”가 아니라 “This is my kingdom(이것은 나의 왕국이다)”라는 느낌을 가지고 이 왕국을 다스리는 늙은 왕이 된 것이다. 신하는 몇 되지 않지만 모두가 성실하고 나를 받들려는 한가지 정성을 가지고 내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이다.

나는 이 왕국에서 편한 마음으로 사는 날까지 살다가 때가 되면 하늘나라로 직행할 것이다. 나는 양로원에는 가지 않을 것이며, 요양 시설에도 가지 않고 나의 이 작은 왕국을 지키다가 조용히 떠날 터인데 물려 줄 왕위 같은 것은 없으니 나는 이 왕국을 두고 그저 말없이 떠날 것이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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