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5(일) 정주영이 나를 불렀다 (97)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서 10년도 채 가르치지 못하고 나는 대학에서 물러났다. 논설 고문으로 일하던 조선일보도 사임하고 내가 시작한 사회운동은 태평양시대 위원회라는 비영리 단체였다. 나는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가운데 태평양의 새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한반도가 그 새로운 시대에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날마다 굳히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무렵에 현대건설의 정주영 회장이 나를 비밀리에 만나서 “김 교수, 정치가 썩었으니 사업도 하기 어려워요. 우리 두 사람이 힘을 합하여 정치를 바로 잡아봅시다. 내가 돈은 벌어서 가지고 있으니 돈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물론 앞으로 있을 대통령 선거에 우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가셔야지요”라고 하였다.

그는 미리 준비되어 있는 “의형제 동의서”를 두 장 만들어 가지고 왔는데 정회장은 이미 도장을 찍어 놓았고 나는 도장이 없어 지장을 찍어서 우리는 의형제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정회장의 의형제 대접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의 아들들뿐만 아니라 정주영 그 자신도 나를 의형제로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통일국민당이 창당되고 총선을 치루기 위해 나더러 서울 강남 갑에서 출마하라고 하여 나는 그곳에서 출마하였고, 그곳에서 당선되어 14대 국회의원이 되었던 것이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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