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3(금) 늙은 학생 (95)

 

박사학위는 30세 전후에 취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나처럼 대학에서 여러 해 가르치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 나이든 사람에게는 학위를 받는 과정이 힘에 겨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늙은 학생의 딱한 처지를 한번 생각해 보라. 내가 모시던 어른들이 “자네 미국에 가서 박사학위를 끝내고 오게”라고 분부를 하시니 나는 다른 도리가 있는 처지가 아니었고, 그 어른들을 생각하면 도중에 걷어치우고 집으로 돌아 갈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보스톤에 가자마자 Morgan Memorial 이라는 자선 단체에서 경영하는 중고품 상점에서 1930년경에 만든 Royal 이라는 타자기를 25불 주고 하나 샀다. 그걸 두드리며 학기마다 과제물도 쓰고 박사 논문의 초고도 마련했으니 오늘 돌이켜보면 그 타자기의 신세를 톡톡히 진 셈이다.

하루 종일 타자기를 두드리고 나면 나는 특히 오른쪽 어깨가 여간 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25불짜리 타자기를 가지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할 수 있으니 지금 생각하면 나 스스로가 “장하다”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심정이다.

내가 만일 원효대사와 같은 인물이었다면 도중에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와 유유자적하며 내 인생을 즐겼을 것이다. 그러나 타고난 DNA가 하도 빈약하기 때문에 그런 결단을 내리지도 못하고 끝까지 보스톤에서 고생만 하고 돌아 왔지만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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