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15(일) 폭풍, 폭설 속에서 (76)

 

바람이 거세게 불고 큰 눈이 쏟아지는 밤이었다. 생소한 땅을 처음 찾아가는 한 나그네의 신세는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시카고까지 가야 하는 비행기가 St. Paul-Minneapolis 공항까지 밖에 갈 수 없다는 안내 방송이 있었고, 먼 길을 떠나온 고독한 나그네는 바퀴도 없는 고리짝을 끌고 기차역을 찾아가 시카고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게 되었다.

사랑하는 독자들이여, 초라한 나그네의 그 꼴을 한번 상상해 보시라! 피곤도 하고, 배도 고프고, 갈 길은 아득하고, 폭설은 난무하는 그 밤에 겨우겨우 기차표 한 장을 사서 가까스로 기차에 올랐으니 한국의 대장부가--말이 대장부이지--소장부도 못되는 한심한 청년이었다. 가까스로 기차를 타고 Evansville, Indiana를 찾아 가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다음날은 날씨가 매우 청명하였다.

잠시 잠이 들었다. 역의 안내원이 “에반스빌, 에반스빌”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짐을 들고 기차에서 내렸는데, 메고 다니던 카메라를 챙기지 못했다는 것도 모른 채 하차한 것이었다. 에반스빌 역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에 위치한 Y.M.C.A를 찾아갔다. 그 호텔에 짐을 풀고서야 카메라를 기차에 두고 내린 사실을 깨달았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동경에서 찍은 몇 장의 필림을 잃어버린 것이 아까웠지만, 다행히 김활란 박사께서 미국에 사는 지인에게 전해 달라고 주셨던 수표 한 장을 카메라에 숨겨 두었었는데 기차를 타자마자 내 지갑에 옮겨 넣었던 것만도 다행이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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