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12(목) 미국 유학길에 올라 (73)

 

사실 나는 영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는데 내게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고, 1955년 백낙준 총장의 주선으로 미국에 가서 공부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미국 감리교단의 총 감독이었으며 당시 인디아나 주를 관장하던 레인즈 감독이 교수들을 위한 전액 장학금 두 개를--하나는 이화대학의 김활란 총장에게, 또 하나는 연희대학의 백 총장에게--전달하였다. 이화대학에서는 피아노과 교수 신재덕 씨가 선택되었고, 연희대학에서는 내가 택함을 받아 그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었다.

때는 1955년, 11월 말, 가을은 깊어가고 겨울이 머지않은 어느 날, 나는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다. 당시에는 비행장이라고는 여의도에 초라한 비행장이 하나 있었을 뿐이었다. 출국하는 사람들이나 환송객들은 모두 당시의 반도호텔 앞에서 함께 버스를 타고 여의도에 가서 출국 수속도 하고 떠나는 사람과의 작별 인사도 나누었다.

생전 처음 비행기를 타 보는 감회가 착잡하였는데, 탑승 절차는 문자 그대로 원시적이었다. 그 시절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사람은 서울의 한 곳 밖에 없는 미국인이 원장인 위생병원에서 X-ray를 찍고, 커다란 누런 봉투에 들어있는 그 필림을 들고 가야만 했다. 건강 진단에는 대변 검사도 포함되어 있어서 기생충이 별견되지 않는 사람만이 입국이 허락되었기 때문에 어린애의 대변을 대신 가지고 가서 검사를 통과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들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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