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6(금) 냉기만 감돌더라는 누님의 집무실 (67)

 

나는 한해의 춘하추동을 감방에 앉아 바깥세상을 내다보기만 하면서 살아야 했다. 그래도 봄에는 교도소 밖에도 꽃이 피고, 여름이 되면 무덥기 짝이 없고, 가을에는 낙엽이 지고, 겨울에는 눈이 내렸다.

구치소와 교도소의 시설은 전근대적이라 하겠지만, 계절의 변화는 제집에 살 때와 마찬가지로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교도소 생활을 했던 때만해도 감방에 난방 시설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혹독한 추위에도 떨면서 지내야만 했다. 그러나 수준 높은 생활을 하다가 잡혀온 죄수들은 여러 가지 핑계를 만들어서 형무소 안에 있는 의무실에서 생활하였다고 한다. 거기에는 난방 시설이 되어 있었다고 들었다.

감옥에서 풀려나고 한참 뒤에 나는 동아일보 사장으로 있던 선배 오재경을 만난 일이 있었다. 그때 그는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주었다. 어느 추운 겨울 날, 이대의 총장이던 나의 누님 김옥길을 만날 일이 있어서 그 학교 총장실을 방문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총장실이 몹시 추었다는 것이다. 총장이 난방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집무를 보고 있었기에 “왜 이렇게 추운 방에서 일을 하십니까?”라고 물었더니 총장이 “내 동생은 차디찬 감방에서 이 겨울을 보내고 있는데 그 누나가 어떻게 따듯한 방에서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혼자서 한참 울었던 기억이 새롭다. 아! 인생은 괴로우나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김동길
Kimdonggill.com

 

 No.

Title

Name

Date

Hit

112

2018/08/20(월) 유물 사관을 아는가? (112)

김동길

2018.08.20

2396

111

2018/08/19(일) 가 본 일도 없으면서 (111)

김동길

2018.08.19

2276

110

2018/08/18(토) 가정이란 무엇인가? (110)

김동길

2018.08.18

2338

109

2018/08/17(금) 자본주의의 미래 (109)

김동길

2018.08.17

2617

108

2018/08/16(목) 저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 V (108)

김동길

2018.08.16

2218

107

2018/08/15(수) 저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 IV (107)

김동길

2018.08.15

2270

106

2018/08/14(화) 저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 III (106)

김동길

2018.08.14

2333

105

2018/08/13(월) 저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 II (105)

김동길

2018.08.13

2300

104

2018/08/12(일) 저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 I (104)

김동길

2018.08.12

2192

103

2018/08/11(토) 위안부 문제 연구소라니? (103)

김동길

2018.08.11

1908

102

2018/08/10(금) 왜 “홀로 서서” 인가? (102)

김동길

2018.08.10

2255

101

2018/08/09(목) 왜 “석양”인가? (101)

김동길

2018.08.09

1924

[이전] [1][2][3]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