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5(목) 대령을 준장으로 진급시키고 (66)

 

안양교도소 안에서 그는 이 대령으로 통하고 있었다. 그는 취조를 받으면서 매를 많이 맞아서 재판장에 나올 때에는 업혀서 출두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는 우리 감방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자주 찾아오곤 했다.

내가 우리 방에 같이 갇혀 있던 학생 죄수들을 모두 불러 놓고 “내 말 잘 들어라. 이 대령은 그런 일만 아니었으면 별을 두서너 개는 달았을 터인데 아직도 대령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 내가 너희들이 있는 앞에서 준장으로 진급시킬 터이니, 이제부터 이 장군이라고 불러라”고 좌장답게 명령하였다. 그날부터 이 대령이 이 장군이 된 것이다. 비록 봉급은 오르지 못했지만, 인격만은 제자리를 찾은 셈이 되었다.

엄동설한에도 감방에는 난방 시설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독방에 살라고 했으면 겨울나기가 더 어려웠을 터인데 여럿이 모여서 지내니까 체온의 열기 탓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비닐로 덮은 창문에는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 생활을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좌장으로 있던 나는 감방 생활이 여간 편하지 않았다. 식사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차려 주고, 잠자리도 살펴주고, 자고 일어나면 침구 정리도 해줄 뿐 아니라 세숫물도 떠다주니 그런 호강을 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과연 몇이나 되었겠는가? 나는 행운아 중에 행운아였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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